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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어웨이 - 도피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의 가장 황홀했던 그날
앨리스 먼로 지음, 황금진 옮김 / 곰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전혀 모르던 작가를 알게 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 작가가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작가라면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이 많이 아쉬울 정도다. 앨리스 먼로는 작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도 알게 된 작가다. 예상 밖의 인물이라 관심이 있었는데 작년 말 쯤에 앨리스 먼로의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작가의 역량을 느낄 수 있었다. '런어웨이'는 한 번씩 이와 비슷한 고민, 상실감, 아픔 등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런어웨이'는 완전히 서로 다른 단편들로만 이루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제목과 같은 런어웨이는 자신을 무시하는 남편에게서 도망치려는 칼라란 여성과 그녀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라고 힘과 용기, 조금의 도움을 주는 클라라란 인물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나 클라라를 찾아가 아내가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게 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장면이 두 사람을 앞에 나타나면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차 안에서 중년의 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줄리엣이란 젊은 여성... 그녀는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외면했던 일이 끔찍한 결과를 가져 온 것은 아닌가 하는 고통스런 감정을 갖게 하는데.. 이 때 그녀에게 위로가 되는 에릭이란 남자와 만나게 되는 '우연'... 두 사람의 인연은 우연으로 끝나지 않는다. 머지않아, 침묵에도 줄리엣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교사인 아버지가 교편을 놓게 되는 이야기나 부모님을 도와주러 온 두 명의 자식이 있는 애기엄마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이야기 '머지않아', 남편 에릭의 죽음과 인연을 끊고 집을 떠나버린 딸 퍼넬러피와의 이야기를 다룬 '침묵', 남자친구의 형과 얽히게 된 여자의 이야기 '열정', 자신이 입양아는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게 된 로렌... 어느 날 한 여자가 접근하고 로렌은 아버지에게 듣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모르는 엄청난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고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는 엄마... 어린 시절 한 번 쯤 비슷한 고민을 할 수도 있을 법한 '허물', 간호사 준비를 하고 있는 여자는 연극을 보러 간 곳에서 가방을 잃어버리게 되고 이 때 한 남자의 도움을 받게 된다. 일 년 후의 같은 머리, 같은 옷을 입고 만나기로 하지만 연속으로 안 좋은 상황으로 인해 남자를 만나러 갔지만 자신을 거부하는 남자를 보게 된 여자는 쓸쓸하게 돌아 선다. 허나 시간이 흘러 한 남자가 입원을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너무나 안타깝고 아픈 짧은 사랑이 느껴지는 '반전'과 마지막 '힘'은 침묵으로 진실을 말하지 않는 두 남녀의 이야기로 끝이 난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순간순간 최선이라고 하는 선택도 있지만 기분에 따라 분위기로 인해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책 속에 나온 여성들 역시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자신들이 한 행동에 대해 혼란스러움도 겪고 후회를 한다.
개인적으로 처음에 읽었던 '행복한 그림자의 춤'보다는 '런어웨이'가 훨씬 좋았다. 여자이고 엄마라 책에 나온 여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라 읽는 동안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앨리스 먼로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란 평을 듣고 있는 '런어웨이'... 여성들의 심리를 제대로 집어 낸 작품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