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예

잔예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4년 2월

징그럽고 무서운 영화는 못 보지만 책은 다르다. 섬뜩하고 무서운 책을 읽다보면 간담이 서늘해지면서도 짜릿함을 느낀다. '시귀'를 통해 이미 그 명성은 알고 있었던 오노 후유미의 새로운 책이 나온다 고해서 내심 기대감을 안고 기다리고 있었다. '잔예'는 이제까지 읽은 소설 중 가장 무섭다는 평을 다른 작가의 입을 통해 나올 정도니 호러, 공포 작가로서의 저자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스토리는 '나'라는 인물이 스토리를 이끌고 있다. 작가인 나에게 '쿠보'란 여성이 연락을 해온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다다미를 쓰는 소리가 자꾸 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포 영화에서 나올 법한 여인의 모습.... 나는 쿠보씨가 살고 있는 맨션에 대한 다른 기억이 떠오른다. 쿠보씨를 통해서 맨션에 살았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의심스런 이야기다. 쿠보씨가 들었던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들은 사람이 있고 짧은 기간만 거주하고 자주 주인이 바뀌는 집이 있다.

집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던 중 집과 달리 맨션이 건설되기 전이 궁금해진다.  시간을 거스르면서 조사를 해나갈수록 예상치 못한 사건들... 주물공장, 쪽방촌을 중심으로 한 엄청난 사실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잔예는 한자로 풀이하면 '더러움이 남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사람이 죽은 장소에 미처 정화되지 못한 더러움이 남고, 더러움에 닿은 사람이 감염된다고... 감염된 사람이 다시 감염원이 되어 오염이 퍼져간다는 글을 보면서 이런 일이 과연 가능할까 싶으면서도 새삼 섬뜩해짐을 느끼게 된다.

자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해, 유기하거나, 어렵다고 자신을 그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모는 행동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인지... 다른 것보다 생각할수록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웃는 그림이다.

낮이라 읽을 때는 괜찮았다. 헌데 밤이 되어갈수록 책의 내용이 떠오르면서 섬뜩하고 무서워진다. 우리와 확실히 다른 일본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괴담을 모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이미 보았지만 괴이한 이야기를 추적해 갈수록 드러나는 사실들이 자꾸만 뒤를 돌아볼 정도로 무섭게 느껴진다.

오노 후유미의 책은 잔예가 처음이다. 괴담을 모아 놓은 '귀담백경'도 빨리 읽어야겠고 알고 있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아직 접하지 못했는데 시귀도 궁금해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