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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전민식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과학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더 자유롭지 못하다. 나의 모든 것이 누군가의 레이더에 포착되어지는 세상... 요 며칠 TV 뉴스를 통해서 카드 해킹에 대한 피해자들의 문의 전화가 폭주한다는 것을 보았다. 나 역시도 TV에 나온 회사들의 카드를 쓰고 있기에 나의 개인정보가 전부 노출되었다는 것에 불안함이 느끼고 있다. 각종 범죄를 이유로 동네마다 CCTV이가 달려 있고 카드만 써도 내가 어디서 무엇을 먹고, 어디로 가는지 쉽게 파악이 가능한 시대... 개인의 사생활이 완벽하게 보장되지 못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전민식 작가님의 '13월'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스토리의 시작은 1988년 9월 서울의 한 조리원에서 일어난 화재로 한 명의 산모가 사망한다. 그녀는 누구이며 그녀의 아이는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으며 마무리 된다.
수인은 일 년 전부터 한 남자를 미행하고 있다. 정부산하기관인 '목장연구소'에 소속되어 일하는 그녀는 관찰대상으로 자신이 미행하는 남자를 임의대로 '밥'이라 부르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 일을 한다. 이미 자신이 밥을 관찰하기 이 전부터 그를 관찰해 온 사람들은 많았다. 평범한 대학생으로 나름 열심히 생활하는 밥의 모습에 싫증도 나지 않고 오히려 그의 모습은 그녀에게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밥' 수인에게 밥으로 불리우는 재황이란 이름을 가진 남자다. 보육원에서 자란 그는 자신의 처지에 굴하지 않고 공부를 하고 대학생이 된 남자다. 학교, 도서관을 중심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생활하던 그에게 보육원 친구 광모가 찾아온다. 그는 이제는 PC방을 운영하며 여자들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일을 하고 있다. 여자를 모으기 위해 재황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의하지만 재황은 그의 부탁을 거절한다. 허나 그가 건네는 돈은 차마 거부하지 못하는데....
재황을 다시 보육원 시절의 어두운 시절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게 된 광모의 등장... 광모가 재황을 놓지 않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재황은 자신이 잊고 있었던 한 소녀를 떠올리게 된다. 이 소녀가 두 사람의 애증 관계를 가지게 한 요인이다.
재황을 좋아하며 그와 함께 하고 싶다는 여학생이 그의 주변에 자주 등장하며 재황이 가진 어두운 출생의 비밀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나는데....
인생은 본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또 그렇게 믿으며 살아 왔다. 허나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과연 그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부터 생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문명과 안전을 이유로 우리들은 점점 더 모든 것이 통제되고 노출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는 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덤덤하며 차가운 느낌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주는 매력에 빠져 재밌게 읽었다. 작가 후기를 통해서 자신이 경험을 바탕으로 책이 쓰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소소한 일까지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는 이런 감시 속에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를 통해서 알게 된 작가지만 이젠 저자의 이름만 보아도 책에 대한 믿음을 가져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문명의 혜택을 포기하지 못하며 살고 있기에 더욱 섬뜩하고 무섭게 다가 온 책이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이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