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작가 유인경
김하인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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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멜로 소설이 가지고 있어야 할 순수하고 아름다운 지고지순한 사랑을 담은 '국화꽃 향기'를 통해서 알게 된 작가 김하인... 그의 신작 소설이 나왔다. '신예작가 유인경' 제목부터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겉표지와 제목만으로 아름다운 여자 작가와 남성과의 멜로 소설인 줄 알았다. 허나 이런 생각은 책을 읽고 얼마 안 있으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팜므 파탈이 무엇인지 유인경이란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마흔여섯 살이란 중년의 평범한 남성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베스트셀러 멜로 소설 작가 김기하... 그는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순수 문학을 주로 쓰고 있는 선배 작가는 유학 가 있는 자식이 아파 급하게 떠나게 되었기에 자신이 맡고 있는 강좌를 그가 맡아주었으면 좋겠다는... 특별히 친한 사이도 아니지만 그를 잔뜩 띄어주며 간절한 부탁을 하기에 거절을 못하고 맡게 된다.

 

문화강좌 첫 시간부터 수강생들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네 명의 사람... 그 중에서도 문예지를 통해 소설가로 정식 등단한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김숙희란 여성은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데 있어서 배려나 막힘이 없다. 두 명의 남성과 이제 스물여섯 살의 젊고 매력적인 몸매는 물론이고 아름다운 얼굴까지... 아이돌 가수나 탤런트를 해야 맞을 거 같은 유인경이란 여성이 김기하의 시선을 확 끌어당긴다.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유인경은 김기하를 꼼짝 못하게 만들 요량으로 한껏 머리를 쓴다.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일일드라마의 닳고 닳은 소재로 흔히 나오는 내용 중 뻔히 속이 보이는 내용이 진행된다. 유인경의 손아귀에 놀아나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것이 흘러가는 이야기... 김기하... 자신에게 접근한 유인경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게 되지만 그는 꼼짝도 못하고 그녀의 뜻에 따라야 할 판이다. 자존심 때문에... 사회적 지위와 가정을 위해 유인경의 뜻에 따라 움직여 주고 싶지만 그녀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해야하는지 알기에 그는 그녀가 놓은 덫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

 

솔직히 이런 스토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고 있는 집에서 벗어나 좀 더 높고 안정적인 위치에 안착해 살고 싶은 욕망... 솔직히 누구나 이런 욕망은 있다. 허나 그 욕망을 얻기 위해서 취하는 행동은 다르다. 자신의 힘으로 성공을 할 수 없기에 명석한 두뇌를 이용해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육체를 한껏 이용해 남자들을 자신의 매력 앞에 굴복시키는 여자... 분명 같은 여자라도 우리는 이런 여자를 욕한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생각하면 유인경이란 인물은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무섭고 섬뜩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나 이런 여성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기하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마침내 손에 넣고 싶은 것도 얻게 된다. 그녀의 욕망이 충족되었지만 과연 그녀는 행복할까? 무엇인가 목표가 생기면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돌진하는 추진력이 뛰어난 여성이기에 그녀는 자신이 원한 것을 얻었지만 곧 그것에 싫증을 느끼고 더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 다른 계획을 세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 김기하는 대학시절 만난 아내와 결혼해 딸, 아들을 둔 능력 있고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유인경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리며 추락한다. 바람을 피워도 그냥 사는 여성들도 있지만 그의 아내는 이미 그의 작품 속에서 많은 여성들과의 관계를 느끼고 있었기에 유인경과의 일을 목격한 뒤로 남편 김기하를 용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부부란 게 사랑만으로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번 배신당한 사랑으로 인해 더 이상 고통 받고 싶지 않은 아내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유인경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것도 어찌 보면 그의 행동 때문이다. 모든 것의 원인이 되어버린 문화강좌... 이 속에 또 하나의 진실이 숨어 있다. 독일 수제 명품 라우엔슈타인 초콜릿의 맛처럼...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작품은 분명 아니다. 책을 좋아하지만 출판업계나 같은 소설가지만 그들이 쓰는 소설에 따른 다른 생각을 가진 작가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느껴진다. 어느새 부터인가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돈이 최고라 돈만을 쫓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 그 시대가 낳은 악마적인 인물 유인경... 우리는 과연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지...  그 판단은 이 책을 읽는 독자마다 다를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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