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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인의 딸 ㅣ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1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중세를 배경으로 한 또 한편의 매혹적인 소설을 만났다. '사형집행인의 딸'... 중세 독일의 숀가우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신교와 구교 간의 갈등으로 빚어진 독일의 30년 전쟁은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신앙의 자유를 인정 얻으며 끝났지만 국민들에게 엄청난 휴우증을 남겼으며 여기에 마녀 사냥이란 이름으로 또 한 번 엄청난 희생이 휩쓸고 지나간 상처를 이제 서서히 잊혀져 가던 중에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다시 한 번 피바람이 몰아칠 거란 예감을 불러일으킨다.
'사형집행인의 딸'이란 제목에 나온 소녀의 이름은 막달레나 퀴슬... 그녀는 자랑스러운 사형집행인인 아버지 야콥 퀴슬의 마맏딸이자 당시 여자들과는 다르게 지식에 대한 욕구도 뛰어나고 누구에게든 배우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막달레나는 빨래를 하던 중 상류 쪽에서 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소리의 원인은 한 소년이 물속에서 발버둥치고 있어 구출해 보니 소년의 모습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한 상태다. 의사를 불렀지만 소년은 이미 늦었다. 소년의 몸에서 십자가 모양의 하나의 기호가 새겨져 있는 것에 놀라게 되고 이 모든 것이 죽은 소년을 아껴주던 한 여인에게 쏠린다. 그녀를 마녀라고 부르며 소년의 아버지가 달려가는데....
소년의 아버지가 달려간 곳은 아이를 받아주는 산파의 집... 급박한 위험한 상태의 산파를 구해주는 야콥...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너무나 어이없게 느껴지는 들풀과 약초에 관한 해박한 지식들이 중세에는 이 모든 것에 대한 효험을 알고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마녀로 취급받는 상항이다. 특히 아이를 낳는 여자를 도와주는 산파로서의 역할을 했던 여인들에게는 산모는 물론이고 크고 작은 병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아가는데 그들 중 한 명이 마녀로 지목되면서 사형집행인 야콥은 그녀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게 된다.
정직하고 성실하며 과묵한 야콥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형집행인이다. 그와 함께 마을에서 일어나는 아이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은 젊은 의사 지몬 프론비저다. 지몬은 사형집행인이란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알고 있지만 특히나 지몬의 아버지의 과도한 반대에도 무릅쓰고 그는 자꾸만 막달레나에게 끌리는 자신을 보게 된다. 다른 여인들과는 달리 현명하고 지혜로운 그녀의 매력이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만족할 만한 스릴러 소설을 읽은 기분이다. 사람들이 마녀사냥이란 광기에 휩싸인 듯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고 싶은 마음에 열띤 모습을 보이는 중세 유럽 독일의 암울한 도시 숀가우의 모습이 그동안 영화를 통해서 봐왔던 도시들이 저절로 연상이 되어 실감나게 느껴진다. 그만큼 스토리의 짜임새나 박진감, 속도감, 흡입력이 상당히 좋은 작품이다.
언제나 진실은 인간이 가진 악마적인 이기심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목숨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생각하는 지도층이 가진 두 얼굴... 진짜 악마, 아니 마녀는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진실이란 게 시대상항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원상태로 돌릴 수는 없기에 최선을 선택하는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 섣부른 정의감 실현이 가져 올 위험보다 현명한 판단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사형집행인의 딸에서는 사실 막달레나의 활약은 그리 크지 않다. 사형집행인과 같은 제목으로 3권이 더 연작되어 부제가 되어 출간되었다고 한다. 여기서는 막달레나의 활약이 조금 더 큰 비중을 차지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루빨리 이 책들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