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송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율리 체 지음, 장수미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청결한 상태에서 지내면서 아프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현대인의 로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고 그중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살던 때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청결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물론 가족들과 함께 살아도 완벽한 청결은 사실상 힘들다. 청결이 곧 건강한 삶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집안에서만이라도 청결하다면 여러가지 질병 걱정은 덜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위생적이고 청결한 사회로 인해 질병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미래... 단순한 생각에 이런 사회에서 살면 질병 걱정 없고 깨끗한 삶이 보장되어 있어 건강에 대한 걱정도 없고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허나 '어떤 소송'에서는 이런 사회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보고서를 보고 있다.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한 여인... 자는 시간, 섭취한 영양, 매일 실행해야 하는 운동량, 혈압과 소변을 일일이 검사하고 체크해서 보고해야 하는데 그 의무를 소홀히 한 인물은 '미아 홀'... 그녀는 알고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주인공 미아 홀... 그녀는 생물학을 전공한 엘리트에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자신의 삶에 당당한 여자였다. 그녀의 삶에 변화가 온 것은 그녀의 사랑하는 동생 모리츠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은 것이다. 누나가 사는 모습에 항상 열띤 말을 쏟아내던 동생... 동생의 이상적인 애인이 미아와 함께 한다.

 

남자는 미아를 찾아온다. 남자의 이름은 크라머... 그는 현실에서 존재한다면 능력 있고 매력적이고 옷도 잘 입고 마도 잘하는 그야말로 엘리트 중의 엘리트의 모습을 갖춘 남자다. 크라머의 방문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미아... 동생을 죽음으로 이끈 그에게 체제에 복종하는 광신자일 뿐이다.

 

모리츠는 소개 받기로 한 여인을 만나러 갔다가 싸늘한 시신으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신고자인 그가 범인으로 지목된 것은 여인의 몸에서 모리츠의 DNA가 나온 것이다. 자신이 죄가 없다며 억울함을 아무리 토로해도 여인에게 남아 있는 증거... 동생을 찾으며 미아는 서서히 자신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미아는 질서 위반으로 재판에 회부된다. 그녀를 변호해 줄 변호사와 반대편에서 그녀의 죄를 이야기 하는 크라머... 세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동생이 예전에 알았던 백혈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모리츠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음을 맞게 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허나 예상치 않은 일이 미아의 집에서 발생한다. 너무나 어이없는 이야기지만 모든 것은 조작이 가능하기에....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는 소설들은 많다. 대부분의 디스토피아는 인간이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어둡고 지저분하고 살기 위한 전쟁을 벌이는 곳이다. 이런 디스토피아는 다르게 '어떤 소송'에서 나온 세상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롭고 깨끗한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전부 질병에 대한 걱정 없이 건강하다. 사람들의 몸 안에 삽입되어 있는 칩, 신체의 모든 기관은 완벽하게 공개되는 세상.... 사람과 사람들의 접촉은 질병을 유발한다며 엄격하게 차단되어 있다. 의식하지 않으면 자유를 착취당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살고 있지만 인식한 순간부터 모든 것이 관찰되고 통제되어 있는 사회.... 지금도 개인의 사생활이 너무나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앞으로의 미래는 더 심해질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섬뜩하고 무섭게 느껴지며 안타깝게 다가 온 책이다.

 

저자 율리 체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지만 독일은 물론이고 여러 국가에 작품이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자신의 신념을 확실히 내보이는 그녀는 '어떤 소송'에 담아냈다고 한다. 갈수록 발전하는 의학과 과학 기술... 인간의 수명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그것이 정말 행복하기만 한 것인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현실적 문제점과 과학의 지나친 발전이 가져다주는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주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신만의 문체로 완벽하게 이끌어 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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