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조정우 지음 / 북카라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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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역사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긴 인물은 얼마나 될까? 아마 우리가 책을 통해 익히 배운 인물들 빼고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역사란 것이 항상 승자에 의해서 쓰여지다보니 진실 속에 가려진 비밀들 또한 많다. '기황후' 지금 가장 핫한 mbc 드라마다.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지만 사실 기황후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기황후... 하지원이란 배우가 연기한 인물이 누구인지 이전까지는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 또한 없었다. 허나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기황후가 누구이며 그녀의 삶이 얼마나 파란만장 했는지 알게 되었고 한 명의 여자이며 어머니인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원나라 황제 순제의 황후로 살다가 죽은 기황후... 그녀는 고려 말의 혼란스런 상황에서 오빠와 언니,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남자들이 하는 격구 시합에서 평생을 가슴 속에 묻고 살아야 하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다. 최영... 기황후가 되기 전 기완자였던 시절에 만난 첫사랑의 남자다. 원나라에 공녀로 착출되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 끝에 최영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기완자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혼약을 맺고 혼례식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더더욱 안타까운 공녀로서의 착출... 허나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 기완자는 결국 떠나는데....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의 끈은 계속된다. 순제의 깊은 애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결코 최영에 대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최영 역시 순제의 황후에게 모진 채찍을 당하며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어야 했던 기완자를 잊을 수 없다. 오히려 그녀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 그녀 곁을 떠나지 못한다.

 

주위에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자신과 고려인을 생각하는 기황후의 모습은 당차다. 오빠의 억울한 죽음과 가문의 몰락을 두고 볼 수 없기에 원나라 군대를 파견해 공민왕과 오빠의 죽음에 대한 보복을 하고 만다. 가문이 살아야 자신도 살기에 기황후의 이런 모습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우리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기황후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타나실리와 그녀의 아버지 엘테무르의 막강한 권력 앞에 기황후는 물론이고 황제 순제 역시 힘을 쓰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고만 있을 뿐이다.

 

책을 덮으며 모든 것을 자신의 손에 넣고 호령하는 기황후의 모습이 눈에 연상이 된다. 고려인의 피를 이어받은 아들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음모와 계락이 난무하는 궁궐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위치를 지켰던 여인... 그녀의 모습은 긍지 높은 고려인이며 어머니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 권의 책이지만 기황후란 인물이 가진 단호함과 지략 넘친 패기, 용감함이 여인으로서의 나약함을 넘어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평범하게 사랑하는 한 남자 최영의 품에서 행복을 찾지는 못했지만 운명을 개척하며 드넓은 대륙을 호령했던 그녀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기황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여러권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다른 책에서는 기황후를 어떤 식으로 표현해 놓았을지 궁금증이 생겨 읽어보고 싶어진다. 기황후... 내가 미처 몰랐던 고려인의 뜨거운 피로 넓은 대륙을 호령하며 역사에 남을 인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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