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1,2

[세트] 기황후 - 전2권 ㅣ 기황후
장영철.정경순 지음 / 마음의숲 / 2013년 10월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를 꼽으라면 단연코 하지연 주연의 MBC '기황후'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평소에 드라마를 시청하는 편이 아니지만 기황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알고 있었다. 드라마를 통해서 알게 되었지만 원작 소설은 어떨지 내심 궁금했고 기대도 하면서 읽게 되었다.  

고려인으로 칭기스칸이 이룩한 거대 대륙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여인 기황후... 사실 역사적 인물이지만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청나라의 서태후와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여인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기황후'의 인생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파란만장하다. 사랑하는 남자는 험난한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다. 한 나라의 높은 지존의 자리에 있는 남자지만 그를 사랑하기엔 세상이 너무나 험하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평범한 행복을 꿈꿀 수 없는 없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공녀로 끌려갈지도 모를 딸을 위해 남장을 해서 키운 아버지로 인해 기황후... 아니 양이... 가재인은 남자의 모습으로 운명적인 두 남자를 만나게 된다. 원나라의 황태자이며 유약한 남자 타환, 남다른 기개와 심성이 느껴지는 충혜왕과의 만남.. 두 남자의 사랑은 그녀를 향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책을 읽는 동안 기황후란 인물의 삶이 참으로 강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며 사람들의 사로잡지만 그녀 내면의 간직한 아픔이 온전히 느껴져 안타깝고 안쓰럽기도 했다.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았지만 죽었다고 믿고 살아야 했다.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 길러지고 있었으며 그 아들이 자신과 아버지를 향한 증오에 가까운 마음을 갖고 자라고 있었다니... 아픈 현실이지만 모른 체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인해 제대로 아들을 안아보지도 못한다. 그런 아들은 자신을 낳아 준 아버지,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살아남아야 한다.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도와야 하는 고려인들이 있기에... 기황후는 마음을 다잡는다. 그렇지만 그녀를 진심으로 아끼던 순제(타환)은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과 양이에 대한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등장인물 모두는 슬픈 인물들이다. 그 중에서도 기황후란 여인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음을 느끼게 된다. 최고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에서 자신만의 지략과 판단력... 사랑이 합쳐진 마음을 가지고 권력을 가진 남자들의 틈바구니에서도 우뚝 서게 된다.  

아직 드라마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원작소설을 읽다보니 기황후란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더 생기고 그녀의 모습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여자에서 연인으로, 어머니로서...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았던 기황후... 그녀에 대해 이제라도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다행이다 싶다. 우리의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에 속에 우뚝 선 그녀의 인생이야기... 드라마의 흥행과 함께 그녀를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었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