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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녀문화사 - 聖과 性의 여신
사에키 준코 지음, 김화영 외 옮김 / 어문학사 / 2013년 10월
평점 :
지금보다 남성적인 힘이 더 우선시 되는 시대를 살던 사람들 중 특히 여자의 삶은 힘들었다. 그중에서도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그 어려움이 더 컸을 거란 생각이 든다. 힘이 지배하는 사회... 그 속에서 삶을 지탱하고 살아남기 위해 자의반타의반 남자의 노리개로 살아야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가깝지만 여전히 멀게 만 느껴지는 일본 문화 속 여자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책이 있어 관심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어느 나라든 여자를 데리고 노는 문화는 있었다. 가까운 중국은 창기, 우리나라는 기생이란 이름으로, 일본은 유녀란 이름으로 불리던 여성들이 존재했다. 우리나라의 기생만 해도 뛰어난 미모와 절개를 지킨 인물도 있고 나름의 끼로 남성 중심의 상회에서 힘을 가지고 살던 기생도 존재했다. 일본 역시 남자들의 놀이문화를 위한 여자인 유녀들이 단순히 데리고 노는 여자란 뜻에서 벗어나 그녀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 책은 그런 유녀들의 뜻이나 의미, 그들의 문화 자체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총 10장으로 나누어서 유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성을 상품으로 파는 유녀들도 있지만 문학적 학문에 뛰어난 유녀들도 나오고 사랑을 선택하고 결국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용기를 보여주는 유녀도 나온다. 이외에도 각종 문화에 등장하는 유녀나 신격화 되다시피 한 유녀의 이야기, 다양한 설화나 가요에 등장했던 유녀들의 모습을 재해석해 놓은 이야기 등등... 유녀로서 삶을 살았던 그녀들의 아픔 현실이 깊은 공감을 일으키며 다가오지는 않지만 참으로 힘든 삶을 살았구나 하는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 절로 생긴다.
유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 다른 나라의 여신이나 문화, 종교에 대해서도 같이 곁들여 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여자.. 그 중에서도 유녀를 하나의 성적인 존재로만 인식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을 정도로 그녀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지고 자신의 길을 선택해서 개척해 나가는 여성들이 늘어났지만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자의 인생은 남자에 의해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유녀들 역시 순수한 감성을 가진 여린 여성이다. 자신을 노리개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진정한 사랑을 해 줄 한 사람의 남성을 원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운 외모 속에 감추어진 사랑으로 인한 아픔을 담은 작품들의 많은 부분이 사랑을 기다리는 애절함을 담고 있다.
우리 기생 문화와 닮은 듯 다른 일본의 유녀문화사를 보면서 그녀들이 일본 문화 전반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화려한 모습 속에 숨겨진 아픈 이야기들이 생소하면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많은 작품 속에서 유녀들이 등장한다고 했는데 내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서 몰랐는지 아님 제대로 유녀가 나온 이야기를 읽어보지 않았던 것인지.. 책에 소개 된 다양한 작품들의 유녀들의 모습을 만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시간이 나면 찾아 볼 생각이다. 유녀를 통해 만나 본 일본 역사와 문화.... 몰랐던 것을 알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