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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나무 아래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평점 :
하나의 시리즈를 좋아해서 자꾸만 찾아서 읽는 독자들이 꽤 있다. 나 역시도 다양한 시리즈들 중에서도 특히나 좋아하는 작가의 시리즈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다. 좋아하는 만큼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가 언제 나올지 기다리게 된다. . '백일홍 나무 아래'는 총 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책으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초기 작품에 해당한다. 순서에 맞게 나오지 않아도 전혀 읽는데 불편함도 없고 항상 재밌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백일홍 나무 아래' 역시 사건의 본질을 풀어나가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라 느껴졌다.
소년탐정 김전일을 통해서 이름이 알려졌지만 그의 할아버지인 긴다이치 코스케는 명탐정이란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인물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살인귀는 스토리를 이끌고 있는 화자가 낯선 여인의 접근에 순간 당황해 한다. 상당한 미모의 세련된 옷차림의 여자는 자신을 쫓아오는 남자의 존재로 인해서 불안감을 느끼며 화자와의 동행하기를 원한다. 화자는 자신이 본 기사를 취기와 함께 발동한 장난이 상대 여성의 불안감을 더 고조시킨다.
전쟁이란 많은 사람들의 인생의 변화를 가져다 줄 계기로 인해 그녀의 인생이 변한다. 사랑이나 배신... 뻔한 스토리의 이야기인듯 보이지만 그녀를 둘러싼 삶은 더 이 끔찍한 모습을 한 살인귀의 실체가 가깝게 존재 한다.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분명 비슷한 조건을 가졌지만 남들보다 더 부유한 부모님을 두었거나 배우자, 학벌을 가졌다면 아무래도 다른 사람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도벽을 둘러싼 백화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결국 마음이 가진 상처가 원인이 된 '흑난초 아가씨'
세 번째 이야기 '향수 동반자살'은 긴다이치 코스케가 유명한 화장품 회사 오너의 부탁을 받고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허나 갑자기 마음을 바꿔 의뢰하려던 일을 없던 일로 돌리려는 오너...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가족의 죽음과 관련된 치정이 커다란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이 가진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럼에도 사랑에 목숨을 거는 사람은 꼭 있다. 실망스럽고 안타까우면서도 씁쓸한 진실이 들어나고 만다.
마지막이며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백일홍 나무 아래'는 다른 책에서 읽어 보았던 기억이 있는 소재이기도하다. 마음에 드는 상대를 점찍어 자신의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며 그 사람을 취하고 싶어 하는 욕망...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대상에 빠지는 모습을 스스로 즐기며 도취된다. 허나 이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진 욕망으로 인해 불행이 싹틀 수밖에 없다. 그 불행은 결국 또 다른 불행을 예고하는데.....
미궁으로 빠질 뻔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화려함을 들어내는 추리를 펼치지는 않지만 냉철하면서도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그의 모습은 역시나 읽는 독자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 전쟁이 마친 직후의 나라 분위기나 사람들의 모습은 우울하고 어둡다. 혼진 살인사건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로 긴다이치 자신이 전쟁에서 막 귀환한 후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 더 전쟁의 어두운 모습이 많이 들어가 있는 거 같다. 아직도 많이 나오지 않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다음 작품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