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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하드 보일러의 진수를 보여 줄 요시다 슈이치의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의 15년 문학 인생을 통해서 커다란 새로운 분기점이 될 작품이라고 스스로 이야기 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평소에 하드 보일러 소설이 주는 냉소적이고 차분한 분위기의 이야기가 좋아한다. 이 책은 하드 보일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단번에 빠져들게 하는 세계를 무대로 한 커다란 스케일에 짜임새 있는 구성, 이미 수없이 보아왔던 첩보 영화를 재연해 놓은 듯 한 영상미가 저절로 머릿속으로 연상이 되어질 만큼 흡입력, 속도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스토리의 시작은 베트남 사이공 병원에 입원한 남자의 총격 사건이 발생한다. 이 남자는 누구이며, 그를 왜 죽여야 하는지는 얼마 안 있어 밝혀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기관이지만 국가, 기업의 비밀을 파는 일을 하는 서로 다른 기관을 위해 일하는 AN 통신의 다카노 가즈히코와 중국의 국영 종합 거대 에너지 기업인 CNOX을 위해 일하는 데이비드 김은 라이벌이지만 서로에게 우정과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 총격 사건은 CNOX의 데이비드 김이 신위안 석유와 관련된 불리한 상황에서 일으킨 일이다.
신위안 유전 개발이 다카노와 데이비드가 관심을 가지고 뛰고 있는 일로 등장을 한다. 허나 어머어마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유전 개발보다 더 큰 먹이가 존재한다. 이 먹잇감을 던지는 인물은 의문의 비밀스런 미스터리의 여인 AYAKO... 그녀에 대해 알아낼 수는 없지만 다카노, 데이비드 김... 두 사람은 그녀의 존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AYAKO가 데이비드 김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게 되고.... 그녀가 건네주는 정보에 데이비드는 마음이 움직인다.
한편 다카노는 그의 부하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함께 일하는 부하 다오카를 구해야 한다. 다카노는 자신을 도와 줄 남자와 함께 다오카를 구하기 위해 한일 축구전이 열리는 텐진 스타디움 폭파로 인해 그들이 3개월을 공들인 일은 샐패하고 만다. 실패한 임무와 홍콩 트러스트 은행의 대표 앤디 황과 중국의 CNOX가 손을 잡은 이유가 무엇인지 다카노는 촉각을 곧두세우며 그들이 숨진 진실에 다가간다.
남자들만의 세계가 물씬 풍기는 책이다. 최고의 기밀 정보를 얻어내 파는 다카노가 속한 그룹이나 우리나라 사람이지만 중국의 국영 기업을 위해 일하는 데이비드, 비밀스럽지만 매혹적인 팜므파탈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AYAKO, 미국의 CIA, 의문의 남자들까지... 자신의 일을 위해 목숨을 내 놓고 움직이는 남자들의 모습이 긴장감 넘치고 박진감 있게 다가온다.
저자 요시다 슈이치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가 실제로 일어난 유아 아사 사건 때문이라고 한다. 다카노, 다오카가 속한 AN통신... 그들이 동경한 세상이 그들 앞에 펼쳐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들지만 바깥세상을 동경한 그들의 마음이 이해는 간다. 그래서 그들의 숨겨진 과거를 알게 된 남자는 그토록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캐릭터들이 가진 매력이 유달리 크고 잔인하고 무서운 살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아도 남자들의 힘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특히나 라이벌 구도의 매력적인 두 남자 다카노 가즈히코와 데이비드 김이 다시 한 번 우리 앞에 등장해서 세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펼치는 사건이 발생해도 흥미로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영화로 만들어져도 매력적인 작품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요시다 슈이치의 다음 작품은 이번처럼 하드 보일러일지 아님 '악인'처럼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를 제대로 보여 줄 작품일지 궁금해진다. 저자의 작품을 다 읽어보지 못했기에 안 읽은 작품을 찾아서 읽으며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