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히구치 타쿠지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에나 사랑이 얼마나 깊으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 책을 만났다. 아무리 자신이 6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 고해도 십팔 년이나 함께 살을 맞대고 살았던 아내의 남은 인생을 생각해서 결혼을 시킬 계획을 세울 수 있는지.... 이 남자의 독특한 발상도 흥미롭지만 이런 깊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여자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해졌다.
'내 아내와 결혼 해주세요'의 주인공 미무라 슈지는 이십이 년 차 방송작가다. 남다른 재능으로 예능 프로그램 작가로서의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슈지는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췌장암으로 6개월의 시한선고를 받게 된다. 남은 시간을 병원에 누워 생명을 연장하기 보다는 지금처럼 한 가정의 가장이며 남편, 아빠, 프로그램 작가로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병원을 찾았다가 한 남자의 충돌이 슈지에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것은 바로 아내의 결혼 상대를 찾아서 맺어주는 것이다. 자신이 떠난 후에 지금처럼 평온한 삶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결혼상담소를 찾는데....
어릴 적에는 비련의 주인공들이 이상하게 멋있어 보인 적이 있었다. 허나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떤 일부터 하게 될지 쉽게 말하기 어렵다. 한동안 유행처럼 번진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았기에 죽는다는 것에 매여 있기 보다는 그 중에 몇 개는 꼭 실천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슈지가 버라이어티 작가로서의 일을 평소처럼 진행하며 아내의 신랑감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어둡거나 가라앉은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경쾌하고 살짝 유머스러운 면이 더 보인다.
애정이 깊은 슈지나 그의 아내 아야코 역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부 형태의 모습을 보인다. 일에 바빠 가족과의 시간이 부족한 남편, 아빠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각자의 위치를 지키는 삶.... 남편의 사랑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니라 아들에게 더 열중하고 남편과는 대면대면 한 듯 살아가지만 그를 마음 속 깊이 존중하고 그의 삶을 이해하는 모습이 더 편안하고 좋게 다가온다.
스토리는 슈지의 바람대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허나 슈지의 원한 모든 것이 가지고 있는 진짜 모습은 그가 떠난 후에 들어난다. 결코 슈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슈지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그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그이 뜻을 존중해준다.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스토리인데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살면서 후회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럴 때는 이렇게 행동하고 저럴 때는 저렇게 행동할 걸.... 허나 지났기에 한 후회 섞인 생각이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삶을 살려고 한다. 행복이란게 다 주관적이지만 기본적인 행복은 비슷비슷하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관계를 맺으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 책을 읽으며 내 인생이 시한부라면 어떤 삶을 살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지나 온 삶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의 삶은 내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변화가 가능하다.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인데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유쾌하고 재치 있게 풀어낸 이야기를 통해 삶과 관계에 대한 생각해 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