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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구나?
와타야 리사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이상하게 나이를 먹어갈수록 세상사에 무뎌지는 것도 있지만 안쓰러운 것들도 많아짐을 느끼게 된다. 어릴 적에는 내 생각, 내 기분, 나를 둘러싼 것들이 제일 앞섰다면 이제는 여전히 나를 중심으로 바라보면서도 가족, 친구, 지인들을 한 번씩 깊이 바라보게 된다. 세상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현실 속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우리의 삶 속에는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많이 존재한다. 와타야 리사의 '불쌍하구나?'란 제목을 보며 누가 불쌍한 것인지... 무슨 이유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너무나 궁금증이 생긴다.
'불쌍하구나?'에 수록된 두 편의 이야기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복잡한 내적 갈등, 심리를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에 저런 여자와 남자가 정말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불쌍하구나? 에서도 역시나 이런 남녀가 있다. 남자친구를 너무나 좋아하는 여성 쥬리에는 패션을 선도하는 서비스업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서로에게 솔직한 관계를 맺고 있는 쥬리에와 그녀의 남자친구... 허나 어느 날부터 두 사람은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이유는 단 하나... 유학시절 사귄 옛여자친구가 갈 곳이 없다며 남자친구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 것이다. 단연코 쥬리에에 대한 사랑은 넘치지만 옛여자친구에 대한 일에는 간섭을 싫어하는 남자친구로 인해 쥬리에는 상처를 받는다. 불안한 마음에 남자친구의 집에 찾아가 옛여자친구와 이야기도 나누며 그녀에 대한 마음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러하는데... 쥬리에는 남자친구가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예상치 못하게 보게 된 것으로 인해 심적 갈등을 겪고 다시 한 번....
세상에 이런 남자가 내 남자친구라면 난 어떨까? 한마디로 끔찍할 거 같다. 옛 사랑이기에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허나 현재의 사랑이 버거워한다면 그만큼 배려해 주는 세심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옛여자친구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면 단오한 면을 보여야하는데 오히려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는 남자친구... 이 남자의 우유부단함에 살짝 짜증이 나고 쥬리에의 본성? 이 들어난 질퍽한 이야기가 더 가슴으로 다가 와 재밌게 읽었다.
두 번째 이야기 '아미는 미인'에서는 누구나 한번씩 돌아볼 수밖에 없는 뛰어난 미모를 가진 아미에게 단짝 친구로 항상 붙어 지내지만 내적으로는 항상 복잡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사카키란 여성의 심리가 마치 내 이야기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사실감 있게 다가 온 이야기다. 처음 만난 고등학교 시절부터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받는 아미가 유독 사카키에게 매달려 있다. 서로 다른 대학에 진학해서도 다른 친구가 아닌 사카키를 찾는 아미... 사카키는 자신을 인정해주는 남자와의 결혼이 아미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른 친구의 말처럼 자신 안에 들어 있는 진심에 대한 생각을... 아미가 일반인이 보기에 나쁜 남자에 빠진 이유가 무엇인지 느끼면서 사카키는 진심으로 베프 친구 아미에 대한 마음을 열게 된다.
지금이야 아니지만 학창 시절에는 나 역시도 부럽게 생각하는 친구가 있었다.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며 성격도 좋은 친구... 다 가진 친구는 항상 주위에 많은 친구를 불러 모은다. 친구를 좋아해서 닮고 싶은 마음에 따라 해보기도 하고... 이런 행동으로 친구와 친밀도도 더 좋아지고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었지만 나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어도 친구에게 질투, 열등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든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들이 부러워 할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가진 사람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당사자만이 느끼는 고독, 외로움이 존재할거다. 사카키 역시 항상 주위에 사람을 불러 모으며 매료시키는 아미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못했기에 그녀가 가진 힘들고 외로운 고독은 들여다 보지 못했다. 친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이해한다는 것, 항상 비교대상이 되는 존재가 되어버리면 본인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결혼으로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해야하지만 이번에는 진심이 그들에게 존재하기에 행복할거라 믿고 싶다.
저자가 열 아홉이란 어린 나이에... 우리 나이로 쳐도 스물한 살 밖에 되지 않은 저자가 첫 번째 작품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으로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뽑혔다는 것도 놀라운데 '불쌍하구나?'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가 직접 뽑아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는 글을 보며 역시나 장래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란 생각을 하게 된다. 불쌍하구나?를 재밌게 읽었기에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역시 남다른 제목에 끌리고 스토리도 궁금해 읽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