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공원정대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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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삶이 버거워지고 힘들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영어공부를 시작으로 한 각종 학원을 전전하며 온갖 스펙을 따 놓아도 좋은 대학, 대학 직장을 얻기는 하늘에 별 따기만큼 힘들 정도로 취업의 문은 좁다. 어린 시절 꿈꾸는 세상은 막상 현실의 문에 부딪히면서 산산조각 나버리고 꿈과 현실은 같지 않다는 쓰디 쓴 경험과 함께 체념과 타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배상민 작가님의 '조공원정대'는 대기업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대출, 경제발전으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사람들의 해외여행 급증과 소비, 정부의 올바르지 못한 경제 분석 등으로 인한 외환보유가 부족하여 발생한 IMF경제위기, 미국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인한 거대 금융회사의 파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 상황을 배경으로 8편의 단편소설을 담고 있다. 이 시기에 취업이나 사랑, 꿈을 향한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씁쓸하고 안타까운 현실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조금은 불편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어머니가 맞추어 놓은 삶의 플랜대로 살지 못하고 살짝 비껴가는 인생을 살고 있는 남자는 거세당하고 목소리마저 잃어버린 개 팔팔이의 모습이 자신과 너무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팔팔이의 죽음으로 인해 틀 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즐기고 싶어 오토바이 가게를 내지만 이마저도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히며 곤란을 겪는 '안녕 할리'

 

여자 친구가 있지만 소녀시대를 한 번만 보고 싶은 마음으로 서울행을 결심한 찌질한 세 동창생의 이야기를 다룬 '조공원정대' 하룻밤 숙식을 위해 찾아간 고향 선배 역시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힘든 삶을 살고 있다. 피자집 배달원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의 고달픔을 담아낸 이야기 '어느 추운 날의 스쿠터'... 미국의 대형 피자 체인점이 생기면서 각종 할인혜택과 속도 전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배달원의 삶 속에 대학시절 여자 친구와 함께 동참하게 된 대모로 인해 두려움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가 짠하면서 맞아 정말 저럴거야 하는 공감을 하게 된 이야기다.

 

헤드기어만 쓰면 초능력자 된 것처럼 느끼는 남자의 이야기, 가장 찌찔한 남자란 생각이 절로 들게 한 작품으로 야동을 보며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는 남자가 이야기 '유글레나'를 비롯해 특수한 계란을 파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숨은 진실, 여기에 황당한 보스의 여자와 살게 된 이야기 '미운 고릴라 새끼'와 진짜 영웅에 대한 슬프지만 안타까운 진실을 담아낸 이야기, 가장 흥미롭고 황당한 이야기란 생각이 든 아담의 배꼽' 창세기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의 맏아들 카인의 이야기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되어 있어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현재의 삶의 모습에 맞춰 살아가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 나라의 경제가 활발하면 기업들도 좀 더 많은 사람을 뽑기에 취업문이 조금은 더 넓어질 수 있다. 허나 책에 나온 인물들을 보면 IMF,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능동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쉬웠다.

 

단편에 소개된 내용들은 현실적으로 충분히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것도 있고 저럴까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도 있다. 추천 글을 보며 이 책이 저자 배상민 작가만이 가진 색깔을 잘 표현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아직은 배상민 작가의 작품이 주는 불편한 진실에 쉽게 웃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찌질하고 못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사랑, 꿈, 취업, 생계, 현실적 모순과 그럼에도 그에 순응하며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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