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
리즈 무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계절과 아주 잘 맞는 소설을 만났다. '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 누구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을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은 욕망이 있다.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당부분 보여주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타인과의 단절... 결코 쉽지 않다. 세상을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맺어지는 관계... 이 관계로 인해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기 보다는 피곤함과 실망감을 느낄 때가 더 많아 오히려 혼자가 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서 오프, 샬린 터너, 켈 켈러란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각자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아서 오프는 188cm의 키에 220-270키로그램 사이를 오가는 엄청난 몸집의 쉰여덟 살의 중년의 남자다. 한 때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그가 완전히 은둔형 외톨이로 집 안에서만 모든 일을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한 때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 샬린 터너와의 편지 교환이다. 처음에는 자신을 잘 따르던 어린 제자가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떳떳한 관계라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당당했지만 거의 배나 되는 나이 차이에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친 모습 때문에 차츰 그는 외톨이가 되어가다 결국 학교도 그만두고 집에서만 지내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샬린에게  전화가 오고 사진 한 장이 동봉된 편지가 온다. 자신이 그에게 말하지 못한 아들의 존재를 알려주며 뛰어난 아마추어 야구선수지만 대학에 보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전한 것이다. 아서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샬린으로 인해 비로써 움직일 생각을 하게 된다.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는 집 안 일을 도와 줄 사람을 부르고 청소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욜란다란 여성이 방문을 한다.

 

아서 오프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실망과 버거움에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다면 샬린은 공부도 많이 하고 도시여성으로 살아가고 싶은 열망을 가진 아가씨였지만 갑작스런 임신으로 꿈을 포기하고 남편, 아버지로서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남자를 대신에 혼자 아들을 키우며 삶에 지쳐간 여성이다. 여기에 그녀에게 갑자기 닥힌 암이란 존재까지.. 그녀의 삶은 남은 아들에 대한 걱정과 곧 닥쳐 올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버겁기만 했던 거 같다. 샬린의 아들 켈 역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있고 야구도 잘해 미래가 촉망받는 야구선수지만 일찍 엄마와 자신을 떠나버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가족의 따뜻함을 늘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누구나 인생은 결코 만만치 않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남보다 못한 사람도 있고 사람들과의 관계로 인해서 버거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외롭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확인하려는 마음이 있다. 아서가 먹는 것으로, 샬린은 술과 약으로, 켈은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한다.

 

이 책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독, 외로움, 힘겨운 삶의 무게, 버거운 사람들과의 관계 등에 대해 덤덤하게 풀어낸 책이라 더 공감하며 읽게 된다. 제목 역시 책의 내용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첫 발을 내딛는 아서와 켈은 조금은 설레고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용기를 내려 한다. 책을 읽는 내내 그동안 보아왔던 거구의 남성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고 술과 약에 찌들어 삶을 겨우 지탱해 가는 사람,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걷지 못하고 운동장을 배회하는 학생의 모습도 연상이 되는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다.

 

이들의 삶보다 우리의 삶이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각자의 몫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생이란 무엇인지, 진정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삶은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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