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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평점 :
'내 인생의 화양연화' 참 예쁜 책이다. 시선을 잡아끄는 책표지와 함께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 또는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때라는데 이 단어를 보며 난 예전에 보았던 왕가위 감독의 양조위, 장만옥 주연의 화양연화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동시에 이사한 두 가정이 배우자들의 잦은 출장과 직업 탓으로 자연스럽게 남은 남녀가 오며가며 마주치면서 서로의 물품에서 배우자들의 부정을 보게 되고 이들 또한 배우자들처럼 서로에게 빠져든다. 느리고 아름답지만 슬프게 느껴지는 영화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는데 책을 보며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일지 나도 모르게 생각해 보게 된다.
나뭇가지에 바람이 불면 흔들리듯 여자 나이 마흔이면 유혹의 시기라고 한다. 이쁘기 보다는 아름다울 수 있는 나이.. 마흔.... 책에서 표현한 것처럼 나의 마흔은 아름답지도 유혹에 흔들리지도 않으며 고요하게 흘러갔다. 때때로 가슴 시리게 쓸쓸하고 외로운 감정이 생겨도 바쁜 일상에 스스로를 다독이며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원했던 거 같다. 마흔 중반에 들어 선 나에게 요즘 계절을 타는 것처럼 심한 외로움이 찾아든다. 책의 내용은 나의 이런 마음을 어루만지듯 느껴진다.
어릴 때는 운명적인 사랑을 원했던 적도 있었다. 사흘간의 짧은 만남 후 긴 이별... 가족을 위해 이별을 했지만 평생을 가슴에 묻어둔 사랑... 죽어서야 사랑이 싹튼 자리에 묻히고 싶은 마음이 감동적으로 다가 온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아름답고 정열적인 집시 여신 카르멘은 단 하나 자유를 원하지만 우연히 카르멘을 도와준 돈 호세는 그녀를 향한 일편단심 사랑만 가득하다. 허나 이들의 사랑은 서로가 원하는 방향이 틀렸기에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된다. 책으로는 못 읽었지만 영화가 너무나 좋았던 '잉글리시 페이션트' 전쟁 중 중요한 쟁취 목표가 되는 사막에서 물의 지도를 그리는 남자와 물을 사랑하는 유부녀의 사랑이 여자의 남편으로 인해 비극적 결말을 맺게 되는 이야기가 지금도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는데 사랑 그 자체만으로 세상에 두려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다.
꿈을 가졌던 시절에는 행복했습니다. 그 꿈 덕분에 실레고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살아갈수록 꿈을 잃어 갑니다. 꿈보다 현실에 내 삶의 자리를 내어 주게 됩니다. 그러면서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하고 탄식하지요. 사는게 다 그런 거지. 꿈은 사라지고, 떠나온 길은 멀고...... -p164-
미국의 순수한 고전적 시인이라 불리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나 역시 예전에 이 시를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사람이란 게 참 묘하다. 어쩔 수 없이 하나의 길을 선택하는 기로에 서고 그 길을 선택한 후에도 자꾸만 가지 않은 다른 한 길을 바라보게 된다. 가지 않은 길이 더 평탄하고 좋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르기에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돌아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20대의 열정이 있지만 실수투성이에 무모함까지 있던 시기를 거쳐 30대의 정신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시기를 지나 지금... 마흔 중반의 나의 이 시기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이다.
"인생의 해피엔딩은 신의 몫이 아니라 자신의 몫이다." -p293-
우리 모두는 지금 이 시간도 인생의 대본의 쓰는 중이라고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피엔딩을 꿈꾼다. 나역시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에는 새디엔딩도 멋지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허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드라마나 영화, 책만 보아도 새디엔딩 보다는 해피엔딩이 좋다. 내 인생의 해피엔딩을 만들기 위해서... 마흔을 넘어 중반에 이른 지금 난 어떤 삶의 모습을 가져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를 읽는내내 따뜻함과 깨달음이 전해지는 이야기에 빠져든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