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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의 연가 세트 - 전2권 ㅣ 열두 달의 연가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3년 10월
평점 :
일 년 열두 달을 가지고 풀어내는 로맨스 소설을 만났다. 김이령 작가님의 '열두 달의 연가'.. 여섯 명의 남녀가 만들어 가는 사랑이야기가 고려시대란 역사적 상황을 토대로 독특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서 김이령 작가님의 책을 처음으로 만났는데 등장인물들 모두 개성이 넘치고 매력적이다.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책이다.
자신에게 귀신이 붙어 있기 때문에 아버님은 물론이고 노비들마저 장역에 걸려 죽게 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어린 소녀 서혜완은 설날 전날 죽을 결심을 한다. 혜완이 죽기 위해 찾은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친 시율은 소녀의 아픈 마음을 다독여 주며 용기를 심어준다. 7년 후 같은 장소에서 섣달 그믐날 새벽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7년이란 시간동안 혜완을 지탱해 온 힘은 그날 만난 남자에 대한 마음이다. 혜완은 집안에 우환을 없애기 위해 불심으로 공을 드리는 어머니의 과한 시주 약조에 늘 마음이 불편하다.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시주를 줄이기 위해 찾은 절에서 혜완은 시율의 도움을 받게 된다. 서로가 7년 전 그믐날의 재회 약속을 한 사람인지도 모른 체 서로에게 끌린다.
잘생긴 얼굴만 믿고 여자로 인해 편하게 살려는 남편에게 소박맞은 귀영은 혜완에게 몸을 위탁해 살고 있다. 그녀의 고운 자태는 혜완의 동갑친구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관기녀로 살아야했던 영롱 역시 거짓으로 혜완의 호감을 사 그녀의 집에 임시로 기거하게 된다. 자신을 쫓는 사람들이 있기에 빨리 다른 곳으로 도망쳐야하지만 혜완과 귀영을 보면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고 그녀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다. 영롱이 어떤 인물인지 처음부터 간파한 지량은 그녀로 인해 혜완의 집안사람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재경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시율과 지량은 혜완의 옆집에 살게 된다. 7년을 기다린 운명적 첫사랑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혜완의 마음은 재경에게 들은 인물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향한다.
책을 읽으면서 '성균관 스캔들'에서 보았던 발랄하고 유쾌한 젊은 남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다. 한 집안을 이끌어 가는 현명한 여인으로 나오는 서혜완, 곧은 성품에 혜완처럼 가족들을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시율, 속 깊은 남자 지량, 한 번의 아픔으로 성숙한 여인이 된 귀영, 철없는 도련님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재경, 거짓으로 시작했지만 올바른 삶을 살고 싶은 영롱까지... 어느 한 인물도 헛트로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전부 사랑스럽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려시대라 젊은 남녀의 사랑보다는 가문이 더 중요하기에 서로가 상대방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집안 사람들이나 주위 사람들로 인해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로맨스 소설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고비와 오해, 갈등은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본다는 생각에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왕은 사랑한다'를 통해 김이령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인데도 출간과 동시에 드라마화로 예약된 상태라고 들었다. 그만큼 재미는 보장되어 있는 책이다. '열두 달의 연가' 역시도 드라마화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스토리의 재미나 속도감도 좋고 열두 달로 나누어서 펼쳐지는 세 쌍의 사랑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고려인들의 삶과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