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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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김대현님의 '홍도'를 만났다. 400년 동안 당신을 기다렸다는 문구가 인상적 이여서 선택한 책... 400여 년의 시공간을 넘어 홍도란 이름의 여인이 전하는 가족과 삶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제 막 이룩한 비행기에서 화장실을 가려던 여인의 눈에 누군가의 공책이 눈에 띈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여자는 낯선 이의 공책에 손이 간다. 공책에는 너무나 생생한 이름 '정여립'이 눈에 들어온다. 한편 낯선 여인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자신의 공책을 보고 있다. 분명 기분이 나쁘고 눈에 거슬려야 할 일이지만 남자는 그녀의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남자는 여자가 자리를 옮기기 전에 빨리 옆자리에 앉는다.

 

나란히 앉은 남녀.... 공책의 주인은 27살의 젊은 남자 김동현으로 정여립이란 인물을 토대로 한 영화를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를 쓰는 중이다.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여자는 자신의 이름이 영이라 말한다. 더 황당한 것은 1580년 경진년 생으로 나이가 무려 사백서른세 살이라 말하는 것이다. 영은 자신의 이름이 홍도라고 처음 이름 지어준 사람은 죽도 할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친척뻘 되는 정여립이다.

 

정여립을 통해 낯선 소년의 이름을 '자치기'라 지어주게 된 홍도... 역사의 혼란 속에 죽도 할아버지로 인해서 죽도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홍도의 아버지 이진길이 역적으로 몰린다. 홍도는 연달아 일어나는 집안의 불행한 사건과 뜻하지 않게 왜적에 잡혀 일본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원수처럼 생각하는 임금님의 딸.. 정주옹주와 만나게 되고 그녀의 이름을 도용한다. 정주옹주와의 인연은 다른 생에서 다른 인연으로 만나게 된다.

 

홍도는 자치기 오라버니를 만나기 위해 돌아가야 한다. 그녀를 각별히 아끼는 일본 여인의 도움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고 두 발이 없는 자치기 오라버니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허나 운명의 장난처럼 홍도가 산통을 겪는 동안 도적떼가 출몰하고 홍도는 항아님을 통해 늙지도 죽지도 않는 몸이 되어 버린다.

 

분명 황당한 이야기지만 동현은 어느새 홍도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게 된다. 그가 낯선 여인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믿게 된 사연은 결국 그 또한 홍도와 깊은 인연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시공간을 넘나들며 풀어가는 스토리가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비극적 역사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 여인이 430여 년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연이 흥미진진하다. 자신은 늙지도 죽지도 않지만 환생을 통해 아버지를 만나고 자치기 오라버니까지 재회하게 되는 홍도.....

 

역사란 것이 승자에 의해서 쓰여진 이야기라 완전한 사실에 입각하기 어렵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과연 몇 퍼센트의 사실로 이루어진 것인가? 누가, 어떤 시점으로... 얼마나 객관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역사를 썼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굴곡 많은 조선시대 사건들이 홍도란 여인과 만나면서 역사가 가진 슬픔보다 한 여인이 가진 아픔이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

 

혼불 문학상 수상작은 다 읽어보았다. 정작 최명희 작가님의 '혼불'은 아직 읽어보지 못하고 있다. 종가 집을 지키는 종부 3대와 그외 사람들의 치열한 삶이 혼란스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0권으로 이루어진 책이라 선뜻 읽기를 망설이고 있었는데 '홍도'를 읽으면서 더 이상 미루면 안될 거 같아 조만간 혼불을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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