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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폴리스맨 - 자살자들의 도시
벤 H. 윈터스 지음, 곽성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의 종말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은 많다. '라스트 폴리스맨' 역시 스토리를 이끌고 있는 커다란 테두리는 종말이다. 지구의 종말이 임박해 있는 상황에서 한 남자의 죽음의 진실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이 2013년 애드거 상을 수상한 최고의 추리 소설로 꼽힌 작품이라고 한다. 대단한 평가를 받은 만큼 내심 기대를 많이 하고 책을 읽었다.
주인공은 뉴햄프셔의 콩코드란 도시에서 경찰로 살아가고 있는 헨리 팔라스다. 어느 날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맥도널드의 화장실에서 한 남자가 목을 매고 자살을 했다. 지구 종말이 임박해 있다는 것에 사람들은 일탈을 하고 자살까지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죽은 남자 역시 누가 보아도 자살로 여겨진다. 허나 헨리는 남자의 죽음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남자가 자살이 아닌 타살에 무게를 두고 죽은 남자인 보험회사에 찾아간다. 그곳에서 마주친 민머리의 직장동료 나오미는 물론이고 남자의 누나, 매형, 죽은 남자의 친구... 하나같이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주는 인물들과 접촉하게 된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남자의 죽음이 자살과 연결 지어지는 것들은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친구를 통해 그가 마약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자살에 무게감이 실리게 된다. 남자의 매형과 언니가 숨기고 있었던 사실과 직장 동료 나오미도 수상쩍기는 마찬가지다. 헨리는 나오미의 생각지 못한 방문과 그녀와의 생각지 못한 돌발적인 로맨스... 허나 다음날 다른 누군가의 죽음이 발생하고 모든 진실이 헨리의 눈에 보인다.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에서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 헨리란 인물이 가진 다소 냉소적인 분위기가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헨리와 전혀 다른 느낌의 그의 여동생 니코 역시 지구 종말에 얽힌 비밀을 알고 있어 이 책이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데 2,3편에서 다시 등장할거란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많이 재밌게 느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착 가라앉은 분위기의 스토리가 책의 전반에 흐르고 있는데다 헨리를 비롯한 등장인물 역시 침울하고 어둡게 다가온다. 지구 멸망에 휩싸인 콩코드란 도시가 가진 분위기가 책을 압도하고 있어 저절로 어디선가 보았을 법한 비슷한 느낌의 영상이 떠올라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재미라면 재미랄까....
다른 사람들은 자살로 여겨지는 죽음을 헨리와 또 한 명의 여자경찰만이 의문스럽게 바로보며 진실을 밝혀내려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가진 이기적인 마음과 삶의 중심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의 미래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어 사실감 있게 느껴진다.
박진감 넘치는 빠른 템포의 스토리 진행은 아니지만 한 인간이 가진 생각과 마음의 심리상태를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이 느껴지는 이야기... 2권과 3권에서는 좀 더 가까워진 지구 종말을 어떤 식으로 다루고 있을지 궁금하다. 헨리 팔라스.... 다소 냉소적인 새로운 영웅의 탄생이라고 보아도 좋을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