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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평점 :
어디에 살든 사람이 사는 이야기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 비슷비슷한 모양새를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땅끝 섬에 터전을 잡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섬, 섬옥수'는 총 7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일곱 편의 연작소설 중 처음에는 대학 강사란 직업을 가졌지만 홀로 땅끝섬을 찾고 맨 나중에는 대학 강사를 그만두고 혼자가 아닌 남편과 함께 땅끝섬을 찾으며 같은 곳이지만 사람도, 동물도, 섬의 모습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여인 자애... 이 책에서는 그녀가 주인공인데도 주인공이란 느낌 없이 다른 연작소설에 나온 인물들 모두가 주인공 같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자애는 엄마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기에 남편의 위안도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자신이 생각한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애에게 따지고 드는 제자, 대학강사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정교수가 된다는 보장은커녕 더 이상 자신이 돌보아 주기 힘들다는 말을 듣게 되는 현실 앞에 가정문제까지 겹치자 홀연히 이끌리듯 땅끝섬에 찾게 된다.
땅끝섬의 원주민은 아니었지만 땅끝섬을 찾게 되면서 정착하게 되는 외지인 인규.... 그는 자그마한 횟집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여성이 돈 대신 일하겠다며 눌러 앉게 되고...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다. 자신은 해녀로 살았지만 자식에게는 같은 일을 시키고 싶지 않다. 허나 막순씨의 막내 딸 정희는 뛰어난 해녀지만 그만 바다에서... 정희의 아들 종태는 조금 모자라지만 심성이 착한 청년으로 마을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고 다시 그들에게 착한 행동으로 보답한다.
정년퇴직을 얼마남겨두지 않고 땅끝섬에서 근무하게 된 파출소장... 알뜰살뜰한 아내로 인해 부족함이 없었다. 사람을 위하는 아내의 마음이 20년 나이차이로 인해 불안한 마음을 가진 한 남자를 움직이게 되고 그로인해 남자의 가정이 깨지며 커다란 상처를 받게 된다.
개발되지 않고 원주민끼리 살 때는 그래도 괜찮았다. 외지 사람들이 땅끝섬을 찾게 되면서 정착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여기에 이권을 쥐고 있는 원주민과 외주인들간의 공공연한 마찰이 일어난다. 서로가 비슷한 업종과 물건을 파는 일을 하다 보니 부딪치는 일이 잦다. 관광객들을 더 유치하기 위해 제살을 깎아 먹으며 서로 경쟁적으로 행동하다 마침내 커다란 충돌이 발생한다. 도와주고 싶어 성심껏 마음을 썼지만 역시나 사람이란 돈 앞에 매몰차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올 해는 휴가를 못 갔다. '섬, 섬옥수' 제목만 보았을 때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허나 책을 읽다보니 땅끝섬은 먹고살기 위해 아등바등 필요치 않은 폭력행사나 다른 사람을 함부로 배척하는 행동 등.. 내가 상상했던 섬의 모습은 없다. 주인은 있지만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개들처럼 섬의 모습도 무법천지처럼 변질되어 있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섬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 더 나은 터전을 위해 마구잡이 진행되는 개발로 인해 오히려 사람들 마음속에 존재하던 상냥함은 잃어버린다. 이젠 시골 사람들이 마음씨 좋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TV이나 매체를 통해서 볼 때는 마냥 타인에게 친절하고 상냥할 거 같지만 더 외지인을 배척하고 거리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물며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단절되고 폐쇄된 공간인 섬은 훨씬 더 심할거란 생각이 든다. 땅끝섬의 사람들 역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살기 위해 오늘도 바쁘다.
섬이란 공간을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바다를 중심으로 한 삶을 살기에 이어져 내려오는 신앙 같은 믿음, 육지에서 상처 받은 사람들이 위안을 얻는 공간 섬... 섬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