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냥 - 상 - 개정판
텐도 아라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며 가장 친밀한 관계는 아마 가족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 역시도 가족이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행복이라고 말한다. 물보다 진한 관계라고 말하는 피로써 맺어진 가족이 어느 순간 남보다 못한 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기도 한다.  바로 얼마 전에도 뉴스를 통해서 돈 때문에, 화가 나서 자신을 낳아 준 부모에게 끔찍한 행동을 하는 자식의 모습을 보았다. 보는 내내 섬뜩하고 무섭고 화가 났다.

 

텐도 아라타의 '가족사냥'은 다양한 가족의 모습 안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후세대를 거치면서 폭군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아버지를 이해하지만 아들에 대해 과도한 애정이 아들을 죽음으로 이끌게 된 형사 마미하라, 입시에 해당하지 않는 미술 과목을 가르치며 타인에 대해 무심한 모습을 보이는 미술교사 스도 슌스케, 아동복지센터 심리과 직원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폭력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상담을 듣고 조언해 주는 열성적인 여성 유코... 세 사람과 그들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한 평생 행복하고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게 인생이다. 마미하라는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를 이해하고 그의 뒤를 이어 경찰이 되었지만 아들의 죽음으로 마음의 병을 갖게 된 아내를 두고 있다. 그는 서로를 향한 마음을 열지 못하고 완전히 어긋나 버린 딸과의 관계를 자꾸만 외면한다. 그는 가족에게 불편함을 느끼지만 자신이 폭력에 시달리는 남편에게 빠져 나올 수 있게 도와준 여인과 그의 아들을 진심으로 도와준다. 이들에게 정성을 쏟는 것은 이유는 가족에게 못한 보상심리일수도 있다. 이런 마미하라의 모습은 읽는 내내 많은 부분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스도 슌스케 역시 어린 시절 행복하지 못해 가족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 남자다. 그가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은 흥미롭다. 자신의 치부를 들켰다고 여긴 여학생 '아이'의 거짓말에 노출되기도 하고 아동복지센터 직원 유코의 신랄한 비판 섞인 이야기에 움츠려 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웃집의 끔찍한 범죄 현장을 최초로 목격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술에 취해 십대 소년들의 무차별 공격을 받으며 공포심을 갖게 된다.

 

유코는 오래도록 치매에 걸려 엄마와 자신에게 심적, 육체적 고통을 주는 아버지를 두고 있다. 아버지로 인해 힘든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순간순간 이 가족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틀을 벗어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여기에 할아버지까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가지면서 유코를 더욱 심적으로 힘들게 할 뿐이다.

 

스도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이였던 두 명이 가족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스스로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학교는 사건을 축소시키기에 바쁘고 방송국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고 한다. 이 틈바구니에서 스도와 여학생은 의도하지 않은 행동으로 곤란을 초래한다.

 

가족사냥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상적으로 꿈꾸는 가족의 모습은 고사하고 일반적인 보통의 가족의 모습도 만나기 힘들 정도다.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 볼 마음도 없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존속살해를 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학생이 진짜 범인인지 의문스런 상황이 나타나고... 이를 추적하는 마미하라는 어떤 진실을 만나게 될지...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인데도 불구하고 더위로 인해서 며칠에 나누어서 책을 읽을 만큼 진도가 더디게 나가서 혼났다. 다행히 조금 선선해지고 결말도 궁금하여 속도를 내어 읽을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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