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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백성실록 - 우리 역사의 맨얼굴을 만나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3년 8월
평점 :
어쩔 수 없이 역사란 것이 승자에 의해서 쓰여지다보니 아무래도 권력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 후대에 알려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한다. 조선왕조 500년은 5천년 역사를 볼 때 십분의 일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가장 많이 알려진 시대다. 주로 권력층을 중심으로 한 왕과 왕실을 둘러싼 이야기들만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헌데 '조선백성실록'은 그동안 미처 몰랐던 일반 백성들의 힘든 삶의 모습이 온전히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담겨진 책이다. 엄청난 분량의 '조선왕조실록'에 들어 있는 이야기들 중 백성들에 관련된 이야기만 따로 추려내어 담아낸 내용은 흥미위주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우리가 몰랐던 역사에 묻혀 있던 모습들이라 흥미롭게 다가온다.
책의 처음이고 공휴일로 지정되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어린이날에 돈 던지기 놀이라는 것이 조선의 대표적인 단오날 즐기는 스포츠였다고 한다. 얼핏 생각해도 돈 던지기 놀이는 부상자가 꽤 속출 했을거 같고 이런 이유로 금지시되어도 백성들은 삶이 주는 고단함을 잊고자 이어졌다고 한다. 영화에서나 나온 사람의 인육을 먹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소문이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알려주는 가장 큰 예라고 할 수 있다. 일본과 수교를 하면서 공물로 받게 된 코끼리에 대한 부분은 낯선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코끼리의 고충과 함께 엄청난 물량을 먹어대는 코끼리로 인한 재정적 피해가 충분히 짐작되어 웃으며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죽인 사람 뿐만아니라 산 사람이 상처가 나도 임금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에서 백성들을 힘들게 하는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의 단점을 보여주기도 한 이야기, 주홍글씨처럼 낙인을 찍는 형벌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고 한다. 이마에 글씨를 새겨 넣는 자자형... 허나 한번 찍힌 낙인으로 인해 오히려 다른 생활을 할 수 없는 처지로 인해 없어졌다고 하니... 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여자를 하나의 자신의 부속품처럼 여긴 재혼금지령은 남자들의 이기적인 마음과 어쩔 수 없이 한 남자의 그늘에 살아야 하는 여인들의 안타까움이 묻어난 이야기가 마음이 안 좋았다. 이외에도 영의정의 자리에 있으면서 엄청난 이윤을 붙여 돈을 가져간 인물이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두 임금에게 총애를 받았다니... 아끼는 신하지만 신하의 이런 악행을 몰랐을까 싶은 마음도 살짝 들었다. 죄를 많이 지으면 벼락을 맞는다는 농담 섞인 말을 하는데 실제 조선시대 사고사 1위가 벼락이라는 것이 의외였다.
엄청난 분량의 이야기들을 책에다 많이 담아내려는 노력으로 이야기는 짤막하게 알려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기가 좋아지지 않아 지금도 사는게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다. 허나 조선시대 백성들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사는게 팍팍하고 힘들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선한 양반보다 악한 양반들이 더 많았고 자신의 신분에 맞게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백성들이 더 많았겠지만 그 반면 살기 위해 악행을 서슴치 않는 백성들 또한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총 5개로 나누어진 이야기를 통해서 조선시대의 백성들의 모습 뿐만아니라 임금과 신하, 주변국과의 슬픈 역사를 다시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백성들의 삶이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책에 담겨진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그동안 알고 있던 조선시대 이야기가 아닌 모르던 백성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