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IN

인 IN ㅣ 레드 문 클럽 Red Moon Club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살림 / 2013년 2월

미미여사와 함께 사회파 미스터리소설을 잘 쓰는 작가로 불리우는 기리노 나쓰오.. 미미여사와는 다른 그녀만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책은 좋을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때도 있다. 그녀의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내가 읽은 책들은 찜찜함을 넘어 불쾌감을 유발하는 책들이 대부분인데  '인 IN'은 전반적인 느낌이 예전 책과는 확실히 다른 감수성을 자극하는 내용이라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읽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 스즈키 다마키란 인물이 글을 쓰는 작가이고 그녀는 유부남인 출판사 관계자와 오랜시간 동안 불륜 관계를 맺어 왔던 인물이다.  스즈키는 서로가 따로 가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관계를 끊지 못해 오랜시간 끌고오다 헤어진 마당에도 서로에 대한 감정을 놓지 못하는 현실에서 소설을 통해 정리하고자 '연애의 말살'이란 소설을 쓰기로 한다.

스즈키 다마키의 연애사와 그녀가 연애의 말살에 담고 있는 소설 속의 소설인 '무쿠비토'를 쓴 미도리카와 미키오의 작품이다. 무쿠비토의 내용은 실제 저자 미도리카와 그의 아내, 그리고 두번의 유산을 경험하는 미도리카와 불륜을 가진 '0코'란 여인이다. 모든 인물들은 실명으로 되어 있고 내용도 사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왜 유독 불륜녀 0코만 누구인지 모르게 설정했을까? 다마키는 0코란 인물에 대한 탐문을 하기 시작하고 불륜녀로 의심되는 인물과 만남을 갖는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스즈키 다마키의 불륜남도 그렇고 무쿠비토의 작가 미도리카 미키오 역시 너무나 뻔뻔한 인물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가정은 그대로 지키면서도 불륜녀와 헤어지지 않고 만남을 이어가려는 얄팍한 술수를 부리는 모습이 얄밉게 느껴졌다.

'인'이란 하나의 글자가 여러가지의 뜻을 가진 한자를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연애의 말살'이란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입장과 감정을 생각해서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방치하고, 도망치거나 자취를 감추는 등의 관계 끊기를 보여주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감정을 죽이게 만드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고하는데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연애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런 형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0코라고 예상되는 인물을 알게 되지만 그녀는 이미 죽은 사람이다. 진짜 0코란 인물이 누구인지... 무쿠비토의 소설 속 이야기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기반으로 쓰여진 것이 맞는지... 다마키는 모든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에 미도리카와 미키오의 부인을 찾아가 들어보기로 한다.

한번씩 막장드라마를 보면서 극단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모습에 질릴때가 있다. 현실에서 안 일어날거라 믿지만 나에게 만약 저런 일이 닥친다면 저런 행동은 하지 말아야지 생각을 하고 있다. 허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쿠비토 속 작가의 아내나 다마키의 모습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의 감정에 대한 솔직한 표현을 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 IN' 출간때 이 책을 우연히 구입하게 되었는데 여태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소재의 독특성에 비해 재미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다른책에서 느꼈던 불편함이 덜하기에 나름 만족하며 읽었다. IN과는 반대측 지점에 있는 'OUT 아웃'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여 찾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