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정유정 작가님의 7년의 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도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있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강한 인상을 받은 작품이였기에 저자의 다음 작품은 어떨지 솔직히 많은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28'이 '7년의 밤'보다 재밌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정부의 조치에 의해 폐쇄되어버린 가상의 도시 화양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동물과 동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감정들이 시종일관 나를 버겁게 만들었다.

스토리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이 여러명이다. 남자주인공은 서재형이란 인물은 수의사로 그는 과거에 알래스카에서 개썰매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으며 숲 속 외딴 곳에 드림랜드란 이름의 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여자주인공은 신문기자 김윤주로 지리산 산골소녀로 똑부러지는 야무진 성격을 가진 특종을 위해 물불가리지 않는 여성기자라 할 수 있다. 일류인 가족들 틈바구니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비정하면서도 가련한 인물인 박동해, 119 소방대원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직 애기인 딸을 두고 있는 한기준이란 인물이 있다. 극을 이끄는데 있어서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가장 아프게 다가왔던 인물은 간호사로 나오는 수진이란 여성이다. 그리고 사람이 아닌 동물인 늑대개 '링고'다.

한통의 전화를 받고 119 소방대원들이 출동한다. 신고가 접수된 집을 어렵게 들어가는데 집안에서 난데없이 개 한마리가 도망을 친다. 집안은 온통 죽어있는 개들이 널려 있고 화장실에는 이 집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개에게 물린 자국과 함께 피투성이로 발견이 된다. 이 남자와 접촉했던 사람들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하나둘씩 죽어가면서 공포가 극에 달하게 되는데.....

가상의 도시 화양이란 곳이 개로 인해 인수공통전염병이란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소문이 나면서 정부에 의해 폐쇄되어 버린다. 마치 계엄령이 내려진 5.18 광주사태를 연상시키는 무자비한 폭력이 행사되는 도시로 전략해 버리는 것이다. 진짜 누가 누구에 의해서 바이러스가 퍼졌는지 이제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광기만이 화양이란 도시를 지배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악으로 똘똘 뭉친 박동해가 왜 그런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면서도 그럼에도 그를 불쌍하게 여겨지는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인 박동해가 아닌 늑대개 링고의 마음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사랑하는 짝을 잃어버린 링고의 처절한 절규... 복수를 위해 이빨을 들어낼 수 밖에 없는 늑대개의 맹목적인 대상을 재형은 링고와 자신을 위해 지켜내고 싶을뿐이다.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이나영씨와 송광호씨가 나온 하울링을 TV이로 통해서 보았는데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28은 하울링과 차별화되어 어떤 느낌을 줄지 궁금하긴하다. 스토리의 긴장감이나 흡입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재미면에서 만족하지 못한 작품이다. 7년의 밤을 읽으며 느꼈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란 생각이 들지만.....

28이 서점가의 가장 핫한 도서로 자리를 잡았다. 이 작품에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생각되며 앞으로 저자의 작품이 나오기까지 또 2년은 기다려야겠지만 다음 작품은 28이나 7년의 밤을 넘어서는 재미를 주는 작품이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