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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이 가진 속마음을 얼마나 속일까? 여기 한 소녀의 죽음을 통해 서로가 외면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소설이 있다. '백광' 저자 렌조 미키히코는 이미 조화의 꿀, 회귀천 정사를 통해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작가다. 아직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저자의 작품은 여러권 읽었다. '백광'은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우리나라 아침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막장 스토리지만 진실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인해 재밌게 읽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네 살 여아의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는 충분히 짐작하고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나역시도 아마.. 했던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그들은 남보다 못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보다 뛰어난 능력이나 외모를 선물받은 사람은 신의 축복일까? 아님 시험일까? 같은 부모에게 태어난 자매지만 사토코와 유키코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들어내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수긍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주부 사토코와 어릴적부터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언니 사토코에게 패배감 아닌 패배감을 가지고 있어 언니보다 유일하게 나은 미모와 몸매를 이용할 줄 아는 동생 유키코.... 한쪽의 양보와 눈속임으로 인해 항상 사이좋은 자매로 보이지만 그들의 내면은 복잡한 감정으로 인해 한시도 편하지 않다.
유키코는 문화센터에서 배움을 갖는다는 이유를 대며 자신의 딸 나오코를 언니 사토코에게 맡긴다. 언니 역시 자신의 딸 가요를 치과에 데리고 가야하고 나오코에게 느껴지는 묘한 감정으로 인해 거절하고 싶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해 또 동생 유키코의 부탁을 들어주고 만다.
치매증상이 있는 시아버지는 나오코의 존재를 불편하게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오코를 집에 두고 사토코는 딸 가요와 함께 치과에 간다. 치과에서 돌아와 보니 나오코의 존재는 사라지고 불안감에 휩싸여 있을때 시아버지의 뜬구름 없는 이야기를 확인해보니....
나오코의 시신이 발견되고 누가 범인인지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다. 가족들이 서로의 마음을 숨기고 살았던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추악함이 들어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서술방식으로 인해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미나토 가나에의 데뷔작 '고백'이 떠올랐다.
매번 TV에서도 우리나라 아침드라마의 막장스토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럼에도 높은 시청률을 갖고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욕하며 본다는 막장드라마의 전형적인 스토리를 백광에서 여지없이 보여주지만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이 좋다. 그들의 마음속에 담고 있는 내면의 소리를 통해 서로가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들이 하나하나 벗겨진다. 허나 그 이야기 역시 그들 자신이 서로 소통하지 못해 만들어낸 자신들만의 이야기는 아닌지....
불편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으며 네 살배기 어린아이 나오코의 마지막 말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