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랑 세계문학의 숲 32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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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나쁜 여자, 나쁜 남자가 대세다. 착한 남자나 착한 여자는 질린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우리는 어느새부터인가 치명적인 나쁜 매력을 쏟아내는 사람들에게 끌리기 시작했다. 물론 드라마와 영화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개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어 예전처럼 순하고 착한 이미지로만 이성을 사로잡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 사랑' 역시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나쁜 여자 아니 소녀 나오미의 매력에 빠진 조지란 남자의 순애보적 사랑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한편 이런 그녀의 매력이 살짝 부럽기도하고 나도 모르게 빠져 들었다.

 

스토리는 조지란 남자주인공이 8년 전에 만나 부부로서의 연을 맺은 아내 나오미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조지가 아내 나오미를 카페에서 처음 보았을때 열다섯 살의 소녀였다. 처음에는 나오미란 이름이 마음에 들었고 뒤이어 혼혈아를 연상시키는 외모가 조지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조지와 나오미는 열세살이란 나이차를 가졌지만 아내로 맞아 들이고 싶을 만큼 나오미를 자신의 손으로 멋진 여성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조지에게 있었다.

 

나오미의 가족에게 허락을 얻어 나오미와 함께 살게 된 조지의 생활은 이후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모든 생활이 나오미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그녀가 원하는 것을 주기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경제적인 도움을 필요치 않았던 부모님에게까지 손을 벌리는 지경에 이른다. 

 

어찌보면 뻔한 스토리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눈에 보이는 것을 보지 못하는 조지.. 아니 조지 자신이 나오미에 대해서는 보고 싶고 듣고 싶었던 것만 들었던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그는 나오미를 향한 숭배가 너무나 컸다. 나오미 역시 처음부터 나쁜 소녀는 아니었다. 조지가 자신을 끔찍이도 아끼고 떠받들어주어서 새로운 문물과 문화에 관심을 가지며 또래의 남자들과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빠져든 것이라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충분히 자신이 가진 매력을 이용해서 조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알고 이용한다.

 

인물적으로 조지는 키나 외모가 떨어지는 남자다. 그런 반면에 나오미는 혼혈아란 이미지를 풍길 정도로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다. 조지 덕분에 하이칼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 나오미는 혼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워 경제적인 면에서 조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 조지를 자기 손안에 꽉 쥐고 그가 가진 모든 것으로 삶의 풍요를 즐기는 나오미와 그런 나오미를 뻔히 보고 분노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매력에서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결국에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남자 조지.... 솔직히 마지막 장에 이르서는 많이 답답했다.

 

내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남녀 관계의 사랑의 모습은 분명 아니다.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나오미란 여자가 가진 매력이 부럽기도 하고 어쩜 저럴수 있나 싶을 정도로 못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네번씩이나 노벨문학상에 오른 후보란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 이름 정도야 들어 보았지만 네번이라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미친 사랑'이 여인에 대한 숭배와 '마조히즘과 결합된 관능적 욕망'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아직 저자의 다른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다른 작품들도 미친사랑과 같은 강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떨지 궁금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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