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 개정증보판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시인이지만 여행작가로 더 많이 알고 있는 최갑수씨.. 나역시도 여행에세이를 통해서 최갑수씨를 알게 되었고 이후 그의 여행에세이는 내가 꼭 챙겨보는 책이 되었을 정도다.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와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고독함, 쓸쓸함, 따뜻함이 사진에 묻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 그의 책에 빠져 읽다보면 어느새 센치해지고 있는 나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여행지를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사진 한 컷을 통해 온전히 삶이 들여다 보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사랑했던 여인을 잊기 위한 떠난 여행길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잘 나가는 여행작가가 되었다는데 그가 혹시 저자인거 아닌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내 생애 부산 여행은 딱 두번이였다. 한번은 신랑을 만나 처음으로 간 부산과 몇년 전에 친구들과 함께 한 1박 2일 부산여행... 특히 여행을 싫어하는 신랑이기에 연애시기지만 부산에 한번 갔을때 보았던 것들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다. 저자가 국제시장 골목에서 먹은 분식은 그때 나역시도 먹었던 기억이 있어 조미료 맛이 확 느껴진다는 이야기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받은 이야기가 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들려주는 사랑이야기.... 우연히 기차 안에서 만나게 된 여자가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던 한 남자의 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 놓는다. 배관공인 남자를 만나고 그를 위해 일상의 생활을 살고 행복을 느꼈지만 어느덧 남자의 사랑이 식어버렸다. 식어버린 사랑앞에 더 이상 있을 자신이 없어 떠난 여자.... 남자는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아 배관공이 된다. 자신이 되고 싶었던 꿈을 접고 배관공으로 일하며 여자를 만나 그녀와 살았지만 행복한 순간에도 그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여자와의 행복을 꿈꾸지 못하고 살아간다. 사랑을 잃어버려 떠난 여자와 꿈을 잃어버린 여자를 보낸 남자... 두남녀의 이야기와 함께 있는 사진을 통해 그들의 모습이 더 잘 느껴졌다. 한편의 아름다운 멜로드라마를 들여다 보는 것 같은 이야기라 저절로 모습들이 연상이 되었다.
살다보면 누구나 힘든 시간이 있다. 힘든 나를 바로 세우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여행이라 생각한다. 여행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다시 힘을 얻어 나에게로 돌아오게 만드는 힘을 갖게 되는거 같다. 나역시도 너무나 힘들고 외로울때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진한 외로움과 쓸쓸함이 물씬 풍기는 여행에세이지만 첫번째 계절, 두번째 세번째 계절을 지나 마지막 남아 있는 날들에 이르면 어느새 마음이 푸근해지고 따뜻함이 느껴진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최갑수님의 여행에세이... 책을 읽는 당신의 서 있는 곳이 어디이건 그곳에서 다시 사랑도 생활도 희망도 발견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책을 읽다보니 여행지의 특별함도 좋지만 일상의 소중함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후덥지근한 날씨로 인해 살짝 짜증이 나는 시간인데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며 한동안 연락을 못한 친구에게 전화나 문자라도 해서 니가 있어 정말 좋다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