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아이

눈의 아이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작가의 이름만 보고도 선택하는 책이 있다. 나에게도 이런 작가분들이 서너명 있다. 미미여사로 알려진 미야베 미유키가 그 중 한분이시다. '눈의 아이'는 올 초에 나온 미미여사의 책으로 단편소설이다. 솔직히 단편소설 보다는 장편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각각의 단편이 가진 이야기가 재밌어 즐겁게 읽었다.

제목인 눈의 아이는 첫번째 이야기로 나온다. 나란 인물은 어느날 자신들이 다닌 초등학교가 통폐합 한다며 이 일을 기회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모이게 된다. 이미 오래전에 그들과 함께 했지만 하얀 눈 속에 빨간 머플러로 목이 졸려 죽은 친구를 떠올리는 친구들.... 허나 마지막에 소녀의 죽음이 간직한 진실이 너무나 어이없다. 죽은 소녀에게 느끼는 질투에 휩싸인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도.... 진실을 마음에 묻고 살아가는 여자 역시 한시도 죽은 소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진실을 직감적으로 알아버린 소년 역시 살아오는 동안 힘들었을거 같다.

한번도 제대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장난감 가게 할아버지의 존재... 갑자기 등장한 할아버지는 어린아이의 눈에 이상스럽게 느껴진다. 여기에 가족들간의 불화와 이를 바라보는 아빠의 태도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쑥덕거림에서 편안하지 못한 이야기를 다룬 '장난감'과 어린시절 늘 옆에 끼고 살던 무척이나 좋아했던 인형이지만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사연을 다음 '지요코', '돌베개'는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였다. 우리 사회도 피해자의 아픔을 보기 보다는 이유를 붙여서 그럴만 했다는 식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소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소녀에 대해서 번지는 소문들은 하나같이 행실이 나쁜 내용뿐이다. 소녀에 대해서 아는 소년과 소년의 여자친구인 화자의 딸의 조사를 도와주던 중 우연치 않게 딸의 조사내용으로 진짜 범인을 잡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 '성흔'은 분량이 우선 다른 이야기에 배가 넘는 작품이다. 인터넷이란 공간을 통해서 자신이 숭배하는 사람을 성스러운 존재로 만들어 버린 카페가 생겨나자 아들의 상태가 걱정된 아버지가 조사원을 찾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아버지의 아들.. 즉 그가 소년이였을때 어머니와 어머니의 내연남을 살해하게 된 사연은 부모란 존재가 저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한 소년의 인생 자체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악을 품고 있다.

개인적으로 2편의 단편이 유독 마음에 들었다. 강렬한 반전이 살아 있는 눈의 아이와 돌베개다. 성흔 역시 충격적인 진실과 강렬함이 있지만 그럼에도 카페란 공간을 통해서 타인들의 마음에 검은 마음을 심어주는 이야기라 마음이 불편했다.

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생각한다. 충분히 현실을 반영한 흥미로운 소재의 이야기지만 이전의 장편소설에 비해서 재미가 살짝 약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실성 있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각각의 인물들이 개성있어 나름 재밌게 읽었다. 다음에는 단편이 아닌 장편을 통해 미미여사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