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일기 Z

종말일기Z ㅣ 밀리언셀러 클럽 132
마넬 로우레이로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 꽤 오랫동안 꾸준히 나오고 있는 이야기가 드라큘라나 늑대인간,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러한 이야기는 지금도 간간히 나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앞에 소개한 것들을 제외하고 새로운 소재로 '좀비'들이 등장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매력적인 좀비 영화가 상영이 되어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은걸로 알고 있으며 나역시도 마음만 먹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영화를 놓친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지구 종말과 함께 좀비란 존재가 꾸준히 나오고 있고 앞으로 더 다양한 캐릭터의 좀비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게 된다.

'종말일기 Z'는 그간 접하기 힘들었던 스페인 작가의 작품이다. 기존에는 일본과 영미소설을 주로 많이 접한 나에게 몇년 사이에 다양한 유럽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즐거운데 돈키호테 빼고는 생각나는 스페인 작가가 없었는데 종말일기 Z를 통해서 기대되는 스페인 작가를 만날 수 있어 즐겁게 읽었다.

주인공인 나란 인물은 중년의 남자로 변호사란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후 커다란 실의에 빠져 살아가는데 그런 그에게 여동생이 준 고양이는 커다란 위안이 되며 그에게 고양이는 곧 가족과 같은 존재다.  어느날 러시아에서 심상치 않은 소요 사태가 뉴스를 통해서 방영이 된다. 푸틴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경을 폐쇄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여기에 전기까지 나가버리자 주인공의 심리상태는 극도로 예민해진다.

뉴스를 통해서 러시아의 사태가 크게 잘못되어 돌아간다는 느낌이 오는데 이상하게 스페인 정부에서는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러시아에서 생긴 전염병은 결국에는 유럽과 미국 등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제목처럼 주인공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일기를 통해서 적게 된다. 죽은 자가 다시 거리를 활보하며 산자를 찾아다니는 현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주인공은 처음에 뭔지모를 대상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커지는 과정을 아주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안전한 지대를 찾아 고양이와 함께 떠나지만 그곳에서 마주치는 위험이 더 크다. 고양이를 볼모로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거래에 응해야만 한다. 고양이를 되찾기 위한 거래에 응하는 와중에 전혀 뜻밖에 진실과 만나게 된다. 주인공과 함께 한 남자가 처한 곤란한 상황을 치료해 주는 과정에서 좀비들을 피해 살아있는 열여덟 살의 소녀와 50대의 수녀를 만나게 되고 이들과 함께......

지구의 종말이 가까이 와 있는 상황에서도 인간이 가진 어두운 욕망은 여지없이 보여지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죽었지만 다시 살아나는 존재들인 '언데드'에 대한 묘사는 정말 이런 존재들이 존재하는 세상이 초래된다면 너무나 끔찍하고 무서울거란 생각이 들기에 충분하다. 기존에 좀비들에 대해 다루었던 이야기와 어찌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거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허나 타인과 자신의 블로그, 일기를 통해서 세상이 암흑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어 기존의 좀비들의 소설에서 느끼지 못했던 현실감이 느껴진다.

'종말일기 Z'는 총 3부작이기에 아직 2권의 책이 더 남았다. 주인공과 고양이, 그가 만난 사람들은 언데드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찾아낼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그들은 어떤 일을 겪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