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키토키 유럽 - 네 남자, 유럽인들과의 대화여행
최규동 외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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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사람들이 가장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 대륙이 유럽일 것이다. 나역시도 유럽으로의 여행을 항상 꿈꾸면서 살고 있는 사람 중 한명이다. 여행하면 자연스럽게 문화유산과 그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소망을 가진 여행을 생각하게 되고 또 그런 여행을 꿈꾸어 왔다. 헌데 '워키토키 유럽 Walkie Talkie Europe'은 기존의 여행에세이와는 많이 다른 느낌을 준다. 여행에세이를 넘어 유럽의 나라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문제까지 들여다 보는 심층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이런 시민단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행복한 문화동네 만들기 운동'에서 알게 된 남자 두 명가 80일간의 유럽여행의 첫발을 내딛는 독일을 시작으로 전개된다. 생활은 함께 해 보았지만 여행은 처음이라는 두 남자... 배낭을 지고 다니는 자유여행도 힘이든데 그들은 좀 더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자 자전거를 이용해 여행을 한다. 처음부터 어려움에 봉착한 두 남자.... 잘못 알고 온 캠핑장 대신 나이 지긋하신 홀로 넓은 농장을 관리하는 할머니의 헛간에 하룻밤을 묵게 된 사연이나 그 할머니의 안타까운 생활 모습이 복지국가하면 떠오르는 유럽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지금도 선거때마다 부르짖는 복지국가란 이름에 숨겨진 두얼굴의 실체가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노력이나 땀이 없이도 복지국가는 다만 허울 좋은 그림일뿐이다. 그런 노동력을 제공할 젊은이들이 노인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우리나라의 복지국가로의 꿈은 어찌보면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 통일이 가진 문제점은 곧 언제일지 모르지만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의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이 문제의 핵심에는 어쩔 수 없이 돈이 문제다. 돈과 관련된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이 갔으며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지 않는 교회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다. 자유여행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챙겨야 하는 여권과 돈, 핸드폰 같은 것을 잃어버리면 순식간에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잃어버린 사람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 이야기는 나도 예전에 이런 경우를 옆에서 본 적이 있기에 그 난감함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얼마전에 여행을 통해서 본 네덜란드... 그나라 국민들은 네덜란드란 말을 쓰지 않고 홀랜드로 칭하는데 네덜란드 나라의 이야기가 한번 다녀와서인지 새삼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검사를 꿈꾸었지만 범죄자들을 보면서 정신적, 육체적 변화를 꿈꿀 수 밖에 없었던 남자가 바라보는 유럽의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다. 아직은 여행해보지 못한 도시 런던의 모습이 책을 통해서 내가 기존에 느끼고 있던 이미지와 살짝 다른면이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간다 출신의 무역상으로 살고 있는 조세핀이란 여성과의 만남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녀의 나라가 속한 아프리카의 가난의 중요 원인에 대해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그녀를 통해 아직도 현실속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에 과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앙금처럼 남아 있는 일본과의 문제가 더욱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는 우리의 처지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해야하기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농대.. 좋아서 선택하지 않았기에 힘든 대학생활과 취업... 이런 남자에게 어느날 불연듯 농업이 새롭게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으며 어머니와의 충격적인 통화를 통해 4개월간의 여행을 떠난 계기가 되었다. 농부 홍씨를 다른 인종에 대한 대책없는 오인으로 빚어진 두 건의 사건 이야기는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씁쓸한 기분이 들게 했다. 또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동성간의 결혼, 마약, 매춘이 합법화 되어 있는 나라 네덜란드의 모습은 기독교의 용인하에 이루어진 일이라며 여기에는 포기와 체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한다. 여기에 오지랖이 넓다는 말로 표현하면서도 개척정신이 뛰어난 나라라고 강조한다. 천혜의 자연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와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프랑스인들은 물론이고 이스라엘의 농업까지... 전혀 모르던 공동체와 농업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담겨 있다.

 

정말 기발하고 유익한 여행을 네 남자는 했다고 본다. 중년의 나이든 외국 남성이 오랜기간 자유여행을 하는 것은 보았지만 우리나라의 남성들이 이런 여행을 하는 이야기는 본 적이 없기에 흥미롭게 보았다. 기회가 되어 다음에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보고 듣고 하는 여행을 넘어 경제, 사회, 문화까지 좀 더 체계적으로 바라보고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진짜배기 여행법을 배울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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