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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리카 풀키넨 지음, 정회성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 북유럽 작가들의 작품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미 많이 접했던 영미 작가들의 작품과 다른 북유럽 작가만이 갖고 있는 개성 넘치는 문체에 매료되고 있는데 한번도 접하지 못했던 산타클로스의 나라라고 알고 있는 핀란드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했다. '진실' 이 작품 역시 서늘하고 차가운 느낌의 스릴러 소설일거란 생각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예상과는 다른 내용의 책이였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부부의 정다운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진실' 속의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마르티는 이름이 알려진 성공한 화가이고 그의 아내.. 엘사는 유명한 심리학자로 이름이 나있다.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쳐다 보았을때 마르티와 엘사는 분명 행복한 삶을 함께 한 부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엘사가 갑자기 암을 선고 받고 앞으로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아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마르티와 엘사에게는 엘레오누라란 딸이 한명 있다. 의사로써 바쁜 생활을 지내고 있는 그녀는 곧 엄마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녀 또한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한 명은 자신처럼 의사의 길을 걷을거란 생각이 드는 딸과 진지하면서 사서 걱정을 하는 스타일의 안나라는 딸을 두고 있다. 안나는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아픈 할머니 엘사를 도와주기로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집을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안나도 좋아했지만 할머니가 하고 싶어하시는 분장놀이를 하기로 한다. 안나는 무심코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드레스를 꺼내 입는데....
솔직히 이후의 이야기는 에바와 마르티의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적인 삶을 사는 여성으로서의 엘사는 너무나 바쁘다. 그런 엘사를 대신해 집안 일을 돌봐줄 가정부로 취직하게 된 '에바'란 20대의 대학생인 프랑스 여자...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지 사랑을 시작하는 당사자의 눈에는 아름답게 비출 것이다. 에바의 사랑을 유부남과 빠진 불륜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사랑에 대한 에바의 마음이 너무나 선하다. 마르티 역시 아내를 사랑한다고 믿고 살고 있지만 에바가 주는 매력과 사랑 앞에서 한 남자의 모습을 들어낸다. 다만 에바가 가장 심적 고통을 느끼고 힘들어 할 때 단 둘이 떠난 여행에서 에바의 물건에 손을 대어 에바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겨주는 일을 하고서도 그에 대한 마르티의 반성이나 후회가 없다는 것이 조금 안타깝게 느껴졌다.
누구나 진실한 삶을 원한다. 남들의 눈에는 행복하고 평온해 보이는 마르티와 엘사의 삶 역시 서로에게 힘들어하고 삐그덧거리는 시간이 있었다. 이런 모든 시간을 거친 후에 비로써 안정된 삶을 살게 된 부부다. 3대에 거친 엘사, 엘레오누라, 안나에게 이어지는 이야기 안에 에바란 여성이 인생에서 보면 그리 길지 않은 몇 년의 시간을 엘사와 엘레오누라, 마르티와 함께 하는데 이 시간이 커다란 의미로 다가와 잔잔하게 재현된다.
핀란드란 나라가 가진 특성을 잘 살려낸 작품이라 여겨진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한 나라의 작가의 작품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며 우리와 정서가 다른 그들이 가진 문화를 만나 즐거운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