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대왕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웃긴 스릴러 소설이라니... 책표지에 붙여 있는 띠지에 쓰여 있는 글이다. 짜릿짜릿하고 서늘한 스릴러 소설을 주로 읽다보니 한번씩 유머러스한 코믹이 가미된 책도 읽고 싶어진다. 스릴러와 코믹의 만남이 절묘하게 이루어진 책이란 느낌을 받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고 난 지금의 느낌은 전혀 코믹스러운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직은 서양식 풍자와 유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문제지만 그럼에도 나름 재밌게 '베를린 대왕'을 읽었다. 

 

왜 베를린 대왕일까? 호기심을 갖게 하는 제목이다. 베를린 대왕은 곧 쥐의 왕이란 뜻이다. 쥐... 쥐를 앞세워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해충 방제기업의 사장을 뜻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주택가에 살고 있는 쥐를 잡기 위해 해충 방제 회사 사람들이 출동 했다가 뒷마당에 묻혀 있는 시체 한 구를 발견하게 된다. 이 사건의 책임자는 시골 보안관이란 별명으로 동료들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놀림을 받고 있는 카르스텐 라너 경감이다. 라너 경감이 도착하기도 전에 사건 현장은 동료 경찰에 의해서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상태다. 틀린 행동은 아니지만 동료에게 위엄을 보이고 싶은 라너 경감 앞에 해충방제 회사에 근무하는 옛친구인 게오르크가 등장한다. 라너는 게오르크를 따로 불러 그가 근무하는 해충방제 회사의 오너인 베를린 대왕이 얼마전에 죽은 사건이 윗선에 의해서 급하게 마무리 지어진 일에 대해 털어 놓으며 그에게 정보원으로 도움을 주기를 청한다.

 

베를린 대왕의 죽음과 함께 갑자기 불어난 쥐로 인해 베를린 사람들은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하루빨리 쥐를 퇴치해야 한다.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 죽은 해충방제 회사 CEO가 명예를 잃지 않기 위해 예전에 했던 방식처럼 전면에 내세울 인물로 한 인물을 앉힌다. 이 인물은 알고 보면 CEO와 깊은 연관이 있는 인물이다. CEO가 죽은것 자체를 둘러싼 여러가지 가설 중에서 진짜 진실은 자신에게 닥힌 불행이였지만 그를 증오하는 사회지도층과 그들의 가족들이 가진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라너 경감은 사건의 진실을 파고들기 위해 예전에 경찰로 일했던 한 사람을 찾아가게 되는데... 그는 하나의 사실을 털어 놓는다. 가족 폭력에 시달리는 한 소년을 위해 만들어진 거짓이 그를 옭아매는 결과를 낳았으며 이는 곧 다른방식이지만 라너 경감을 시험하는 실험대 역활이기도 하다.

 

풍자와 유머의 웃음 코드를 제대로 찾지 못해 한번도 크게 웃을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요근래 들어서 독일 스릴러 작가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작품도 좋지만 베를린 대왕처럼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이 보태진 작품 역시 스릴러 소설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어 좋았다.

 

선과 악으로 구분 지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피해자이지만 선하지 못하고 가해자이지만 악하지 못한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결론은 내리고 사건은 해결된다. 시골보안관이란 딱지를 떼고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라너 경감으로 거듭나면서 그를 도와 의문의 시체의 황당한 죽음의 진실과 마주한 카롤라와의 로맨스는 이루어지지 않을지 나 나름대로 상상해보며 한번 웃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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