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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 - 건축 커뮤니케이터 조원용 건축사가 들려주는 쉽고 재미있는 생활 속 건축이야기
조원용 지음 / 씽크스마트 / 2013년 5월
평점 :
몇 년 전에 전원주택이 붐처럼 일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갑갑한 아파트의 생활이 싫다고 아이들과 함께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근교에 전원주택을 짓고 터전을 잡은 친구도 있고 아예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의 고향에 터전을 마련해 떠난 친구도 있다. 고향으로 내려간 친구집에는 오라는 연락을 받고도 거리가 있어 여태 한번 가보지 못했지만 서울 근교 전원주택으로 터전을 옮긴 친구한테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가 본적이 있다. 나름 신경써서 지었다는게 느껴지는 주택을 보면서 부러운 섞인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 나의 집은 갖은 잡동사니로 인해서 집은 조금 좁은듯 갑갑하다는 느낌이 있는데 친구의 집은 앞뒤로 산이 있고 조금 나오면 물도 있어 그야말로 엽서에서 보는 배경같은 곳이라 더 부러웠다.
친구의 집을 보면서 내가 꿈꾸는 집이 있기에 한번씩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자연스럽게 집과 관련된 책에 손이 간다. '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는 건축을 하나의 인문학으로 보고 이야기를 풀고 있다. 단순히 아름답고 세련된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건축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책에서는 내가 아는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전혀 모르던 새로운 건축물이 더 많았다. 하나의 건물을 보면서 건축물이란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건출물의 가치를 높여주는 매개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번씩 공연이나 전시회를 보기 위해 찾았던 예술의 전당에서 보았던 육교가 건축물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활,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보라빛의 등이 너무나 아름다운 '누에다리' 등의 매개공간이 주는 고급스러움을 알게 되었다. 또 백화점에 왜 창이 없는지... 한번도 생각도 못해 보았는데 주고객층인 주부들의 관심이 빠져나가지 않으면서 오래도록 쇼핑할 수 있도록 세심한 동선 배치와 조명, 건축물의 기능을 온전히 잘 가지고 있는 제주 가옥 등 전통가옥의 가진 효율성을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같은 주부는 건축에 대해 문외한이다보니 어려운 건축용어로 설명을 했다면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헌데 건축 생활 속에 스며들다의 저자는 건축과 사람이 하나의 공간에 같이 공유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이해하기 쉽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여전히 나의 눈에는 이쁘고 특이하며 세련된 건축물이 먼저 눈에 보인다. 허나 이 책을 통해서 건축이 가진 특수성과 의미를 돌이켜 보면서 건축과 사람이 만나 어떤 느낌을 받는지 생각해 보며 그냥 한번 스쳐보던 건축물을 좀 더 세밀히 보게 될거 같다. 건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인문학 이야기라는데 공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