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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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는 우선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이다. 집필 기간이 10년이나 걸렸고 14년 전에 발생한 어린이 유괴사건을 둘러싼 D현경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이 사회성 짙은 메시지에 짜임새가 좋은 것은 느끼게 한다. 누구나 원하든 원치 않든 먹고 살기 위해서 여러사람들이 속한 사회생활 속에서 살아가기에 조직이란 집단 중에서도 경찰이란 특수한 집단의 이야기 안에 들어난 인물들의 이야기에 많은 부분 공감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한번씩 만나 동창 이야기를 할 때 예전에 학교 다닐때는 안그랬는데.. 사람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물론 친구들 사이의 인물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변한다. 부모님에게 학비와 용돈을 받아 생활할 때는 자신의 신념대로 살았던 사람들도 사회에 진출하고 처와 자식을 부양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사회란 조직에 속해간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뜻과 달리 신념을 꺾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데 '64'의 주인공 미카미 역시 그런 인물로 그는 24년을 현장에서 뛰었던 경찰이다. 나름 능력을 인정받았기에 그의 승진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어떤 힘에 의해서 그는 여태 해오던 일과는 다른 경찰내 홍보실 담당관으로 발령을 받는다. 사건을 다루는 경찰내부의 입장을 기자들에게 적당한 선에서 알려주어야 하는 일에 나름 신념을 갖고 일하다가 딸의 가출로 인해서 모든것이 바뀌게 된다.

 

술에 취해서 무단횡단을 한 노인을 친 사건이 발생한다. 8개월의 임산부가 그만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경찰내부에서는 끝까지 가해자의 신분에 대한 노출을 막으려하고 기자들은 가해자의 이름 정도는 당연히 알아야한다는 식으로 맞서게 된다. 이들의 사이에서 미카미는 상사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무엇인가 석연치 않지만 진실을 원하는 기자들에게 그 자신은 아무말도 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경찰청장이 사건 '64'의 피해자 가족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견이 내려오자 경찰에게 등을 돌린 14년 전 사건의 피해자 가족을 찾아가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이 미카미에게 떨어진다.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 있는 '64' 미카미는 지금은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지만 동창이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찾아다니는 것을 알게 된다. 64와 관련해 무엇인지 석연치 않은 진실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는 느끼게 된다.

 

미카미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들에 휩쓸려 가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감에 빠져 들면서도 어쩔 수 없다. 조직이 정한 선택에 따라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끊임없이 자신을 다독거리며 조직에 순응하며 버티고 있는 그.... 하루하루 버티어 내는 삶이지만 언젠가 딸이 돌아올거란 희망에 스스로를 최면에 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무엇보다 조직이란 단체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을 아주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여기에 홍보담당관 미카미가 가지고 있는 표현에 서툴고 사랑한다는 부정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여쁜 모습의 엄마가 아닌 자신을 포함 다른 사람의 눈에도 조금 투박하고 못생긴 얼굴을 가진 미카미.. 아빠를 닮은 것에 창피해하고 괴로워하던 딸이 가출한 것이 한없이 마음이 아픈 아빠라 딸의 가출로 인해 아내와의 사이도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힘들다. 사랑하지만 방식에 서툰 미카미의 모습이 마치 내 아버지의 모습 같이 느껴지는 면이 많아 더 공감하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결코 들어나서는 안되는 진실의 문에 다가서는 미카미나 64 사건의 피해자 가족으로써 범인을 잡고 싶어 한 인물의 눈물겨운 노력을 담은 이야기가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을 통해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소설에서 알 수 없었던 경찰내부의 서로 다른 부서끼리의 대립도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책표지에서 작년과 올해 일본내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케 하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 왜 이런 반응이 나왔는지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경찰소설이 주는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경찰소설 대가라고 불리우는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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