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그리고 생존자들의 섬

좀비 그리고 생존자들의 섬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5
백상준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4월

드라큘라,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에 대한 책이나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을 정도로 우리는 상식으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세상에 대한 이야기 SF물에 빠져들고 매료되어 있다. 인류의 종말을 그리는 세기말적 세계관의 새로운 소재로 좀비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서너달 전에 매력적인 좀비 영화가 개봉되어 적지 않은 관객을 끌어 모았던 걸로 알고 있다. 보려다 못 본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을때 '좀비 그리고 생존자들의 섬'을 만났고 이 책은 제1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가 백상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백상준 작가의 작품을 만난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접한 책이 내가 그리 많이 접하지 않았고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좀비'에 대한 이야기지만 책을 읽다보니 어느날 갑자기 인간들이 '좀비'가 되어 버린다면... 하는 상상을 하면서 읽다보니 섬뜩하면서도 좀비 틈바구니에서 살기 위해 몸부름 치는 인간들의 처절한 모습이 실감나게 느껴졌다. 

'좀비 그리고 생존자들의 섬'은 총 3편이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다. 처음에 나오는 '섬'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좀비들이 존재하는 세상에 남겨진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는 좀비가 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 한다. 좀비로 변해 버린 부모님을 죽여야만 했고 죽은 부모님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야하기에 대형마트에서 생필품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남자의 모습이 처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더 이상 희망을 찾아볼 수 없는 세상에 남자는 커다란 결심을 실행하게 된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남편으로 인해 아이도 잃고 눈도 잃어버린 여자와 그녀와 함께 좀비들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의지를 보이는 여자, 그들 앞에 등장한 엄마와 딸, 그리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물이 아닌가 하는 여고생까지... 여고생은 뜻밖에도 좀비들이 남겨진 세상에 인간이기를 포기한 남자들에 의해 망가진 또 다른 피해자란걸 알게 될 뿐이다.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가장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다.

마지막 거짓말은 좀비들을 소탕하기 위해 투입된 군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상하, 명령체계로 이루어진 군대란 특수한 단체에 관한 이야기는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다. 갑자기 좀비로 변해버린 사람들 속에서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탈영할 수 밖에 없었던 군인들과 그들을 탈영을 알면서도 아무 대책도 없는 남겨진 군인들.... 좀비를 잡기 위해 투입되었지만 도시에서 사람들을 구출해내지 못하는 군인들은 후퇴할 수 밖에 없다. 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좀비처럼 보이는 마지막 모습과 그들의 모습에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는 군인은....

아직까지 좀비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접하지 않은 나로서는 나름 신선하고 재밌게 읽었다. 외국과는 다른 한국식 정서가 느껴지는 좀비이야기, 다음에는 작가가 어떤 이야기로 선보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