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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기다림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63
나딤 아슬람 지음, 한정아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현재 세계 제일의 가난한 나라로 꼽히고 있는 아프카니스탄을 주무대이고 전쟁으로 얼룩진 상처와 종교적 이념,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대서사를 만날 수 있는 책 '헛된 기다림'... 우리에게는 조금 거부감 아닌 거부감이 있는 이슬람이란 종교와 국제적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가 활약하고 있는 아프카니스탄의 실상에 대해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미국식 주입 교육에 입각하여 아무래도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그들의 문화와 삶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는 시간이였다.
1979년 소련이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하면서 집을 떠난 남동생을 찾으러 온 여인 라라는 영국인 의사였던 마커스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마커스.. 그는 아내와의 결혼식때 여자가 주례를 섰다는 이유만으로 아내 카트리나가 탈레반의 주도하에 돌에 맞아 끔찍한 죽음을 당했다고 믿고 있다. 이제 마커스의 유일한 희망은 사라진 딸 자민과 손자를 찾는 것이다.
미국인인 데이비드는 사랑하는 형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면서 아버지에게 받은 시계판의 작은 보석에 이끌려 아프카니스탄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남자다. CIA요원으로 활동하면서 우연히 자민과 그녀의 아들 비흐자드를 만난 데이비드는 자민이 라라의 남동생 베네딕트에 의해 어떤 일을 당했으며 그녀가 어쩔 수 없이 베네딕트와 함께 부대를 탈출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알게 된다. 데이비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민에게 서서히 빠져든다. 솔직해야하지만 그녀를 사랑하기에 자신이 아는 것을 하루하루 미루고 있던 와중에 자민은 데이비드를 선택하는데... 허나 데이비드와 자민의 사랑도 잠시..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위해 자민은 커다란 위험을 무릅쓰는 상황에 놓이고 이 일로 인해 그녀는.....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어 한시라도 눈을 떼면은 이야기에 쉽게 적응하기 힘들게 되어 있다. 서로가 다른 국적의 다른 민족 사람들이지만 내전과 전쟁, 종교적인 이념과 사원을 지키는 남자의 눈에 보이는 뻔한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희생되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아주 현실적인 생생한 묘사가 이어져 실감나게 느끼면서 읽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지내야 하는 상황이나 누군가의 위협에서 도움을 받은 이는 자신을 아껴주는 이와 함께 결국 최후의 죽음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모습도 보여진다. 이슬람이란 종교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시각을 바로 잡아주고 이해를 돕는데 어느정도 도움을 주는 책이지만 다양한 각도와 인물들에 의해 쓰여지는 이야기는 다소 지루한 면이 조금 있지만 집중력만 떨어지지 않는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아프카니스탄에 주둔해 있는 미군과 탈레반, 정부군과 반군과의 싸움으로 아프카니스탄 국민들의 삶은 힘들다. 각국의 이해관계와 힘겨루기는 선량한 국민들에게 고통만 더해줄 뿐이다. 아프카니스탄의 현실을 세밀하고 날카롭게 바라보는 저자의 도움으로 마치 눈에 그들의 삶이 보이듯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참혹함이 느껴진다.
특히 책에서 인상 깊게 쓰여져 있는 부분이라면 타인에 의해 아름다운 세밀화가 그려진 벽이 없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커스부부에 의해 흙이 덧발라진 부분이나 책이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천장에 못을 박아 보전하는 카트리나 부인의 모습이 연상되어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기도 했다.
현재의 아프카니스탄의 모습이라고 느껴도 좋을만큼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내란과 전쟁으로 인해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좌절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꿈꾸는 그들의 모습에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