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물건과 속닥속닥 - 골동품이 내게로 와 명품이 되었다
이정란 지음, 김연수 사진 / 에르디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헌것 보다는 새것을 더 근사하고 멋지다는 생각을 하고 살고 있었다. 허나 한살한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젊은 시절에 보지 못했던 오래된 물건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래된 물건들이 주는 편안하고 고고한 멋이 느껴져 가끔씩 고가구 전시회장을 찾거나 우연히 마주치면 쳐다보곤 한다.

 

'오래된 물건과 속닥속닥'의 저자 이정란씨는 할머니를 통해서 오래된 물건들이 가진 이야기에 매료되고 금은보화보다 더 소중하고 귀중한 값어치를 가진 보물이란걸 느끼게 된다. 그런 저자의 눈에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한 옛 물건들은 자신의 공간에 원래 존재했던 것처럼 익숙함과 편안함을 제공하며 제자리를 잡아갔다. 하나의 물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용하고 만진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섞인 삶의 흔적이 하나의 이야기를 가진 것이다. 그런 저자의 눈에 비친 우리의 오래된 물건들이 가진 아름답고 고고한 모습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일반인들이 알 수 있도록 소중한 추억을 꺼내 들려주듯 정감있고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책 안에 나온 오래된 물건들은 TV 사극이나 박물관 등에서 한번 이상은 다 보아왔던 물건들이다.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는 알아도 이름까지 제대로 다 알고 있지 못했던 것도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우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집에도 있고 시댁에도 있어 제사 때마다 꺼내서 쓰는 '병풍'은 솔직히 부피에 비해서 멋을 느꼈던 적은 없었다. 화려함이 물씬 느껴지는 그림들이 들어 있지만 미술전시회에 만나는 그림들과 달리 불필요한 물건처럼 느끼곤 했었다. 삼국시대 사대부 가정에서 주로 사용했던 병풍은 자신이 소망하는 것들을 그려 넣었다고 한다. 병풍안에 자신의 소망을 담아 냈다는 것도 좋게 느껴졌으며 그 안에 부부의 해로나 운수대통 등을 넣은 소원은 인간이 가진 가장 근원적인 소망을 담아낸 것들이라 우리 문화의 하나의 꽃으로 오래도록 진화하면서 계속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결혼 할 때 친정 엄마가 목화 솜으로 비싼 이불을 시부모님과 나에게 해 주셨다. 솔직히 침대 생활을 할 예정이라 굳이 우리는 필요치 않다고 했지만 엄마는 목화 이불은 보온성도 뛰어나고 온도와 습도까지도 조절해 주어 이불을 덮으면 느껴지는 묵직하고 따뜻함이 최고라며 기여코 해주셔서 유달리 추위에 약한 나와 옆지기는 겨울마다 아주 유용하게 썼었다. 몇 년 전부터 가볍고 따뜻하다는 이유로 극세사 이불로 바꾸면서 목화솜 이불을 버렸는데 다시 솜을 틀어 사용할걸 후회한 적도 있을 정도로 한번씩 엄마의 손을 잡고 목화솜 이불을 구경하던 시간이 생각이 난다.

 

지금은 한약방에서 한약을 다려서 가져 오지만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예전에 할머니가 우리집에서 같이 살 때는 약탕기를 사용해서 한약을 끊였던 기억이 있다. 우리집에서는 내가 제일 큰 손녀라 한두번인가? 할머니가 약탕기에 손수 끊여서 해주신 보약을 먹곤 했는데 약탕기를 보면서 할머니의 손길이 생각이 나고 그 약탕기를 가지고 작은 화분이나 숯을 담아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저자의 글에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오래된 물건은 좋은 것은 골동품으로 인정 받아 갖고 있어도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현대의 세련된 가구와 비교해서 필요치 않다고 버려도 괜찮다는 생각에 변화를 느끼게 되었다. 하나의 물건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생활 속에 묻어 있는 실용적이고 편리함까지 갖고 있는 오래된 물건들이 주는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충분히 생활속에 한 멋을 장식해 줄 수 있다. 오래된 물건들의 구입처나 보관법, 사용법 등까지 알려주고 있어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에게 유용한 정보라 생각한다. 그동안 미처 몰랐던 오래된 물건들이 주는 편안함과 익숙한 아름다움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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