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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소재원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아픔에 날카로운 말은 한 적이 없는지 돌아본다. 타인의 일이라고 너무나 쉽게 내 뱉은 말과 손가락 사용이 자신이 의도했지 않았다고해도 당사자에게는 커다란 아픔으로 느껴지고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안겨 준다면 나는 떳떳할 수 있는가? 반문하게 된다. 소재원 작가의 '터널'은 우리 사회에 만연되다시피한 악플과 이기적인 사회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원자력 발전소에 근무하는 남자 이정수는 기쁜 마음으로 아내와 사랑스런 딸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한다. 경제적으로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기꺼이 주말 부부로 살아가는 이정수는 딸 아이의 생일이라 딸에게 줄 선물과 케잌을 준비해서 가던 중 터널 안에서 그만 갇히고 만다. 처음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구조가 이루어 질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안심 시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구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불안함과 걱정스런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남편이 터널이 무너져 갇히면서 그동안 생활에 쫓겨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한 켠으로 밀려 있다가 사고와 함께 가족의 소중함을 아내 김미진은 새삼 느끼게 된다. 부실공사 때문에 발생한 사고인데도 도로공사를 비롯한 시공사는 언론의 직격탄을 받을까봐 냉정한 태도를 보인다. 헌데 터널 시공에 참여했던 하청업체 대표의 양심 선언이 이어지면서 검찰의 특수팀까지 만들어지는 사태가 초래된다.
솔직히 책을 읽는내내 많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 타인의 커다란 고통 보다는 나의 작은 아픔이 더 크게 다가오는게 인간이다. 터널이 무너질까봐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조심조심 구출해 내는 작전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여기에 김미진씨가 남편에게 용기를 주려고 시작한 라디오 방송이 한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격려가 쏟아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급격히 변해간다. 이로인해 진짜 피해자인 이정수의 아내 김미진씨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위해 희망을 놓지 않은 남편과 이런 남편에게 마음과는 정반대의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아내.... 이 가족의 마지막 모습이 책을 읽고난 후에도 오래도록 뇌리를 떠나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
저자 소재원 작가의 진짜 첫 작품이라고 한다. 공개를 끝까지 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였는데 영화로 만들어져서 얼마 있지 않으면 우리 앞에 선을 보인다고 한다. 영화 상영전에 미리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 상영과 함께 부실공사, 악의적인 말이나 댓글들, 신념을 굽히지 않는 전문가와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은 상사, 진정한 가해자는 누구인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라 영화를 보고 난 한 후에 많은 이야기가 있겠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작품이라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소재원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였는데 다른 작품도 찾아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