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의 쐐기

살의의 쐐기 ㅣ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월

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도 좋지만 사건을 담당한 경찰을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같이 풀어내는 소설에 더 동화되고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살의의 쐐기'는 87분서란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주인공이다. 한 사람의 특정 인물이 아닌 87분서에 일하는 모든 경찰관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87분서는 시리즈물이다. 50여 편이나 되는 시리즈 중 하나인 '아이스'를 읽으며 저자 에드 맥베인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아이스를 너무나 재밌게 읽었기에 살의의 쐐기를 찾아서 읽게 되었다.

87분서 안에 한 여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다짜고짜 한 명의 경찰관을 찾는다. 그녀가 찾는 스티브 카렐라 형사는 이미 다른 사건을 해결하러 나간 상태다. 막무가내 여자는 코트 주머니에서 38구경 총과 87분서는 물론이고 주위의 무고한 사람들을 한순간에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폭발성 물질을 지니고 경찰관들을 제압한다. 그녀는 누구이며 왜 이토록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되는지는 87분서 반장의 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범죄자였던 그녀의 남편이 형무소 병원에서 어제 사망을 했다며 남편이 죽음에 이른 것은 결국 그를 체포한 스티브 카렐라란 형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형사도 인간이다.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여인 앞에서 그들은 살려면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 궁리하게 된다. 아무리 친하고 아끼는 동료이고 부하 직원이라도 자신의 목숨과는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이런 복잡한 마음을 들어내는 형사들의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이야기는 87분서를 제압하고 있는 여자를 둘러싼 이야기와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스티브 카렐라 형사가 담당한 갑부의 자살로 보이는 사건이 두 개의 축으로 전개된다. 건강한 갑부가 완벽한 밀실에서 왜 갑자기 자살을 하게 되었는지 카렐라 형사는 진실을 들여다 보기 위한 고심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난폭하게 변해가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제압하지 못하는 형사들의 복잡한 심정이 긴장감 있게 스토리를 이끌고 있으며 갑부 자살 사건의 숨은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카렐라 역사에게 연락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책을 읽다보면 누가 주인공인지 헷갈리게 된다. 죽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87분서를 찾은 여인이 오히려 더 주인공에 가깝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결과야 대충 짐작하는 방향으로 흘러 간다. 허나 거짓이라 믿었던 것이 사실로 들어나면서 한순간에 모든것이 뒤집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섬뜩해지기도 한다.

이제 겨우 두 권의 87분서 이야기를 읽었을뿐이다. 87분서 시리즈의 처음 이야기인 경찰혐오자는 사놓고 책장 안에 고이 모셔둔 상태인데 시간나는대로 읽을 생각이다. 재미도 있고 속도감이나 긴장감이 좋아 87분서를 둘러싼 다른 이야기들도 더 많이 나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