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
이희근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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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 중에서도 계층의 구분없이 TV 앞으로 끌어 들이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 '사극'이라고 한다. 사극을 보면서 배경이 되는 시대상과 역사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설령 픽션이 많이 가미된 사극이라 할지라도 나도 모르게 사극에 빠져들게 된다. 사극에서 주로 다루는 시대가 다른 어떤 시대보다도 조선왕조 500년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데 얼마전에 읽은 책에서도 나왔지만 조선시대 인구의 삼분의 일이 노비였으며 이번 '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에서도  백정이 전체 인구의 사분의 일 또는 삼분의 일을 차지 했다고 하는데 왜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지.. 양반나 일반 평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에 속했던 백정에 대해 한번도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백정'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 소를 잡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분명 다른 짐승을 죽이는 사람들도 있었을텐데 유독 소잡는 일을 업으로 하는 백정에게는 호감을 들어내는 말 자체가 없다. 요즘처럼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내가 어렸을때만해도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백정이란 직업은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직업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책에서는 백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부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 전에 우리는 진정한 단일민족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오천년 유구한 역사를 통해서 한번도 단일민족이라는데 의문을 제기해 본 적도 없으며 학교에서도 우리는 단일민족 배웠기에 당연시 여기고 살았다. 허나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부터인가 우리의 역사를 다시 돌이켜 볼 때 결코 단일민족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왜... 그전에도 틀림없이 이와 관련되어 역사학자들은 진실을 밝히지 못했을지 의문스런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구한말 우리나라에 온 외교관인 월리엄 프랭클린 샌즈란 인물이 '극동회상사기'에서 우리나라에서 아주 흥미로운 인물이 존재가 있다고 기술했다. 남다른 생김새를 가진 호랑이 사냥꾼이라 불리우는 그들은 백정으로 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전개된다.

 

백정 아니 호랑이 사냥꾼으로 불리우는 집단은 고려시대부터 한반도에 거주했다고 한다. 10만 대군의 거란족을 물리친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으로 고려에 거란인들이 포로가 되거나 기타의 이유로 남게 된다. 유목인인 이들은 떠돌이 생활을 하며 자신들의 생활양식을 고수하며 살아간다. 이 후 몽골인까지 한반도에 정착하게 되고 그들 역시도 떠돌이 유목인 생활을 정리하지 않는다. 백정의 선조인 양수척의 집단이 거주한 지역을 중심으로 소고기를 먹는 문화가 뿌리를 내리게 된다. 불교 사상으로인해 소고기를 먹지 않았던 고려인들과는 달리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육식 문화가 점차 퍼지면서 소고기 부족 현상까지 일어나게 된다.  소를 잡는 백정은 고려시대에는 백정은 있었지만 일반 백성에 속하는 한 부류였을 뿐으로 실제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의 백정은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확립된다. 거란과 몽골인인 북방유목민의 후예가 백정으로 조선시대의 백정들의 삶은 일반 평민과 비교해도 훨씬 더 힘들고 어려웠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활양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나라에서 이들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면서 점차 변화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가뜩이나 힘든 조선시대 호랑이로 인한 피해까지 커져서 호랑이 사냥꾼으로서의 백정들의 활약이 커지자 호랑이를 잘 잡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직을 얻는 일도 생겼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백정이란 단어가 가진 의미지가 아닌 백정이 한반도에 어떤 이유로 뿌리를 내리고 삶을 살았는지 생각해 보지 못했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재는 백정이란 이름 자체도 거의 없어졌다고 본다. 먹고 살기 위해서 기꺼이 소나 돼지를 잡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순수혈통이라고 자부하던 우리에게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의 결혼이 이루어지면서 단일민족에 대한 의미마저 희미해졌다. 백정을 통해서 역사의 새로운 진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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