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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형제의 연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문단에서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거장인 박경리 작가님의 미출간 작품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그 형제의 연인들' 박경리 작가의 작품이란 이야기만 듣고서 충분히 읽어야 할 책으로 생각될 정도였다. 지금의 시대상으로 보면 조금은 답답하고 뻔한 연애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1962년에 쓰여진 작품이란 시대상황을 고려하고 책을 읽어내려갈수록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속 아픔과 고뇌, 삶과 사랑을 바라보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이 된다.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형제의 연인들'의 책 제목처럼 형제인 심인성, 심주성을 둘러싼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직업인 의사인 인성은 뱃속의 아이를 갖고 있는 부인 현숙과는 애정없는 삶을 살아가는 남자다. 인성의 진료실에 왕진을 부탁하는 긴박한 목소리의 남자가 들어온다. 남자를 따라 간 자그마한 집에 누워있는 미모의 여인은 급성맹장염을 앓고 있다. 의사로서의 양심보다는 현실적인 생각으로 아픈 환자를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다른 병원을 알려주는 정도로만 끝내고 인성은 매몰차게 돌아선다. 이런 인성에게 동생 주성이 찾아와 급성맹장을 앓고 있는 환자는 친구의 누이라며 빨리 수술을 받게 조치를 취해 달라고 한다.
인성이 처음에 보여지는 조금은 찬바람이 쌩 부는 차가운 느낌의 남자처럼 느껴지지만 알고보면 생활과 삶에 그냥 휩쓸려 가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남자다. 승리해서 쟁취해서 얻어내는 삶이 아니라 내 것 남의 것에 대한 욕심 자체가 없는 남자다. 인성의 이런 성격이 부인인 현숙은 늘 불만이다. 인성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란걸 알고 한 결혼이지만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고 따뜻한 말 한마디 듣고 싶은게 여자다. 아이를 임신하면서 여자로서의 매력까지 서서히 사그라드는 자신을 보는 현숙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으며 아이를 출산 후 우울증 비슷한 증세가 더해져 그녀의 황량한 마음에 질투란 감정이 더해져 더더욱 힘들게 한 것은 아닌가 싶어 같은 여자로서 미워할 수만 없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오기와 복수심에 불타 저지른 옳지 못한 행동은 용납하기 어렵기도하다.
인성과 달리 주성은 급성맹장염을 앓았던 친구의 누이인 혜원에 대한 남모를 사랑을 키워왔다. 혜원이 한번 이혼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기에 혜원의 동생 혜준이 친구지만 분명 좋아하지 않을거란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혜원을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자신의 감정을 혜원에게 털어 놓지만 혜원은 주성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예전과 다르다고하지만 한번의 이혼을 경험한 여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이고 싶은 시부모님은 아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주성의 막무가내 사랑이 서서히 빛을 발하는 순간, 형수.. 현숙과의 예기치 않은 만남이 혜원과 주성의 만남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혜원 역시 주성의 마음을 알지만 신파와 같은 결론에 이를 수 밖는 선택을 하게 된다.
솔직히 불편하고 안 좋았던 것은 그 시대의 남자들이 보여주는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자신이 갖지 못할바에는 차라리 망가뜨린다는 오기와 복수심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남자들의 모습이 찌질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신뢰는 접어두고 왜 그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확인도 안하고 다짜고짜 사랑하는 여인을 한낱 남자를 밝히는 여자로 깔아내리는 모습 역시 불편했다.
처음에 쌀쌀했던 것과는 달리 자신의 환자에게 남다른 애정이 서서히 쌓여가는 인성의 모습을 보며 그 역시 사랑에 목말라 하고 그리워 했다는걸 알 수 있다. 서로가 보는 사랑의 방향이 틀리기에 인성부부는 힘들지 않았을까? 싶으며 아내를 끝까지 보듬으려는 인성의 마음을 현숙은 어떻게 느끼고 살아갈지... 그녀의 성격으로 볼 때 이마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읽는 박경리 작가님의 책이다. 스토리 전개가 빨라 쉼없이 읽어내려간 책이다. 김약국의 딸들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좋았으며 박경리 작가님의 최고의 작품으로 가지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다 못 읽은 토지는 시간이 날때마다 차근차근 읽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