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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오래간만에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를 읽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못하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읽기 시작했는데 '수차관의 살인'은 관시리즈 중 두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관시리즈의 모든 설계는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희한한 건축가의 작품들이다. 그가 지은 건축물들은 이름에 걸맞는 비밀스런 장소들이 꼭 있다.
인적이 드문 지형에 수차관이란 이름의 저택이 있다. 이곳의 주인은 12년 전 자동차 사고로 그만 커다란 화상을 입어 예전의 자신의 얼굴을 본 뜬 무표정한 하얀가면을 쓴 '후지누마 기이치'란 40대의 남자로 휠체어에 의지해 살고 있다. 그에게는 친구의 딸이자 9살때부터 수차관에서 살아 온 아리따운 부인인 '유리에'가 외부와의 단절 속에서 살고 있기에 그녀가 나이를 먹고 아리따워질수록 기이치는 자꾸만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야기의 시점은 1년 전 사건이 일어난 과거와 일년 후가 번갈아 스토리가 전개된다. 똑같은 날 9월 28일에 또 다시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오직 하나... 일년에 단 하루 수차관에만 있는 천재화가이자 마음의 눈으로 보고 그림을 그린 것이 미래를 예언한다는 환시자인 후지누마 잇세이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다. 그들이 모인 일년 전 과거의 시간에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는데 현재에서 이 사건의 범인으로 생각되는 인물이 범인이라고 믿을 수 없다는 시마다 기요시란 인물이 찾아오면서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게 된다.
작년에 사고로 가정부와 수차관에서 몇 개월 전부터 신세를 지고 있는 마시키 신고가 죽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다. 마시키는 기이치가 자동차 사고를 냈을때 탑승했던 인물로 그 사고로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을 만큼 커다란 아픔을 갖게 된 인물이다. 예술가로서의 삶을 잃어버린 그는 살아도 사는게 아닌 삶을 살다가 수차관에 오면서 수차관에 활기를 불어 넣어두었기에 충격은 더 크다.
작년과 같은 궃은 날씨가 또 다시 반복된다. 마치 작년에 있었던 사고를 다시 재현될 움직임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묘한 날씨와 분위기... 헌데 후지누마 잇세이의 그림을 보러 모인 인물 중 한명이 죽음을 당하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는데....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재미는 보장하는 작품이다.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수차관이란 저택의 분위기는 기존에 읽었던 관시리즈의 집들과 비슷하다. 범인을 유추해 내는 것보다 수차관이란 저택이 가지고 있는 기묘한 분위기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 후지누마 기이치와 아내 후지누마 유리에, 집사 같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기괴한 분위기다 더 압권이다.
요즘처럼 강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들을 접하다보니 다소 약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저자 아야츠지 유키토가 이 작품을 쓴 연대를 생각해보면 다른 일본 작가들과 비교해도 전혀 재미와 스토리의 긴장감 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장 최근한 나온 관시리는 아직 읽지 못했다. 허나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의 재미를 알기에 조만간 최근에 나온 인형관, 흑묘관, 기면관의 살인도 읽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