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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 누구나 생애 한 번은 그 길에 선다
윌리엄 폴 영 지음, 이진 옮김 / 세계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오두막'으로 전세계 1,800만이란 어마어마한 독자들을 매혹시킨 작가 '윌리엄 폴 영'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갈림길' 책표지부터 종교적인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나 죽음의 경계선에 위태롭게 서 있는 앤서니 스펜서란 40대 남자를 통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그 선택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해주는 책이다.
앞서 말했듯이 주인공은 40대의 성공한 남자 앤서니 스펜서다. 사람들은 토니란 애칭으로 그를 부른다. 토니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극히 꺼려하는 인물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철저히 문을 닫고 못들어오게 하고 자신 역시도 다른 사람들의 세계에 속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공간에서도 철저히 이중삼중으로 철통같은 보안 속에 살아가는 그는... 철저히 고립된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
토니는 한 여자와 두번의 결혼을 하고 두번의 이혼을 경험한 한 후 전처와 딸과는 연락도 하지 않고 산다. 가족과 멀어질수록 그는 성공에 매달렸고 남부럽지 않은 부와 위치를 손에 넣었지만 그의 마음은 황량하기만하다. 지난날을 회상해 볼 때 그와 동생을 끔찍이도 아끼던 엄마가 남긴 소중한 메달은 보물처럼 그에게 남겨져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신만의 은신처인 콘도를 방문하고 나오면서 쓰러진 그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했지만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만다. 그의 육체에서 빠져 나온 영혼은 낯선 장소에 와 있다. 여러 갈래길을 선택해서 도착한 곳에서 낯선 남자의 환대를 받게 된다. 그는 자신을 잭이라고 이야기하며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후 예수를 만나고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그가 다른 한 사람을 치유할 능력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아동병원을 찾은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열여섯 살의 소년 캐비가 토니의 병실에 들어 온다. 이 일로 인해 토니는 캐비의 몸에 자신의 영혼이 함께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캐비를 통해서 또 다른 다른사람에 그의 영혼이 옮겨 가면서....
토니란 인물이 가지고 있는 메마르고 황폐해진 내면세계가 여러인물들을 만나면서 점차 변화되어 간다. 토니는 자신이 부정하고 외면하고 싶어했던 진실들과 마주하면서 비로써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동안 멀리했던 아내, 딸, 남동생과의 아픔을 털어놓게 된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토니는 자신이 술에 취해 저지른 바르지 못했던 선택을 돌려 놓아야만 하는데....
누구나 살면서 마음에 크고작은 상처나 비밀은 있다. 토니의 경우는 하느님의 도움을 통해서 마음의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솔직히 무신론자인 나에게는 종교적인 색체가 짙다는 것을 빼고는 나쁘지 않았다. 진정 가치 있는 삶은 어떤 삶인지... 종교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소설이지만 종교 유무를 떠나서 누구나가 한번쯤은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좋았다.
나는 아직은 살아 온 날보다는 살아갈 날이 많기에 더 많은 갈림길에 서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내가 한 선택으로 인해 상처주지 말아야 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아픔을 남기지 않는 선택을 하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실론자라 감동까지는 아니지만 우리가 생활에서 만들어 내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라 공감하며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