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지의 그녀
고시가야 오사무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1월
평점 :
날씨가 쌀쌀해지는 계절이 되면 로맨스소설을 찾아서 읽는 편이다. 달달한 로맨스소설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예전 연애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때와 확실히 다른 요즘 연애 형태도 볼 수 있어 재밌다. 요즘같이 환절기 때에도 로맨스소설을 찾아서 읽곤 하는데 '양지의 그녀'는 저자 고시가야 오사무'란 생소한 작가의 작품이지만 책표지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분위기에 끌려서 선택한 책이다.
양지의 그녀는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같은 사랑이야기다. 마지막에 들어나는 반전에 잠시 뭐지?하는 의외성을 띄고 있어 놀라웠다. 일생일대의 거짓말이 불러 온 기적 같은 사랑이야기란 말이 딱 맞는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동화같은 사랑이야기의 주인공을 꿈꾸게 된다. 나역시도 결혼 전에는 이런 생각과 소망을 갖고서 살았지만 지금의 옆지기를 만나 연애를 하면서 동화같은 사랑이야기는 나하고는 거리가 먼 다른 나라 이야기란 사실을 알았고 그로인한 아쉬움은 항상 드라마나 영화, 책을 통해서 보상받았었다.
2년차 샐러리맨으로 회사의 말단 직원으로 중요한 미팅에 참석하게 된 나(오쿠다 고스케)는 학창시절 갖은 루머와 함께 왕따에 공부까지 못하는 소녀 와타라이 미오와 재회하게 된다. 첫 눈에 그녀가 누구인지 알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던 미오의 모습이 아니라 살짝 놀랐는데 머뭇거리는 자신과 달리 미오가 먼저 아는체를 해준다. 어색한 시간도 잠시 두 사람은 연애란 감정을 가지고 만남을 시작한다. 예전의 미오였다면 결코 진지한 만남을 생각하지 않았을테지만 현재의 미오는 자신보다 훨씬 능력 있고 세련된 직장인으로 그녀의 과거 속 루머들은 오쿠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쿠다는 굳이 정의롭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다른 친구들의 행동이 눈에 거슬려 순간적으로 미오를 도와주고 만다. 미오는 이런 오쿠다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 버렸던거 같다.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미오는 공책도 빌려주고 공부도 가르쳐 주는 오쿠다가 마냥 좋기만하다. 그와 나눈 첫 입맞춤과 그의 장래 얘기를 들으며 자신이 오쿠다의 곁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고 싶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한다. 그런 미오와 달리 오쿠다는 슬슬 미오의 존재 자체가 부답스럽다. 미오를 도와주면서 어느새 자신을 둘러싼 안좋은 상황들이 발생하자 벗어나고 싶어진 것이다. 이사와 더불어 굳이 전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상태였지만 전학을 고집했을 정도로 미오와 함께 했던 중학교 시절을 멀리하고 싶어했다.
이야기는 오쿠다의 회상과 현재의 시간이 교차되어 전개된다. 과거 속 미오란 인물은 매력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불러 일으키는 행동들을 보여준다. 현재의 미오는 중학교 시절 오쿠다와의 약속을 위해 노력한 인물로 인텔리 여성으로 오쿠다를 살짝 기죽게 하는 면이 있을 정도다.
두사람의 달달한 사랑은 위기에 봉착하는데... 예상치 않게 듣게 되는 이야기도 오쿠다에게는 충격인데 이 충격을 넘어서는 또 다른 진실이 존재한다. 특별한 기적같은 믿음이 불러 온 기적같은 이야기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의 전개에 놀라면서도 신선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달달한 로맨스소설을 담고 있는 이야기는 맞지만 결말에 이르러서 만나는 진실로 인해 한동안 멍해진다. 10년 만에 다시 만난 동창이란 익숙한 소재의 이야기의 범위를 벗어난 로맨스소설... 로맨스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결코 그냥 지나치면 후회할 꼭 읽어야 할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올해 양지의 그녀가 일본에서 영화로 개봉한다고 한다. 영화도 원작소설에서 느꼈던 것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잘 담아냈는지 너무나 궁금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상영이 된다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