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없는 꿈을 꾸다

열쇠 없는 꿈을 꾸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12월

남자들은 느끼지 못하는 여자들만의 고통...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그 자리에 머물고 싶은 상반된 감정상태를 가지고 있는 여자들의 이중적인 심리를 날카롭게 담아낸 '열쇠 없는 꿈을 꾸다' 저자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은 꽤 많이 읽었는데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특히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꽉 막힌 답답한 공간에 갇혀버린 여성들이 출구를 찾아내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예전 TV고발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이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도벽을 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게 되는 여자들이라면 한달에 한번씩 하게 되는 '매직'에 대한 이야기...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생리도벽으로 인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 모두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기게 되고 결국 이혼이나 가족에게 외면 당해 혼자서 생활하는 모습을 방송된 것을 본 기억이 아직도 있다. '니시노 마을의 도둑'은 바로 이런 여성의 충동에 관한 이야기다. '쓰와부키 미나미 지구의 방화'에서는 자신은 괜찮은 사람이란 인식에 남들보다 잘난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여성의 심리를 담아내고 있다. 현실적인 면에서는 결코 내세울게 없는 그녀지만 다른 여자에게 뒤쳐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우연히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소방대원을 알게 되고 그와 일로써 연결되어 있어 만남을 이어간다고 말하지만... 스스로에게 상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이유를 붙여 남자가 휘두르는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여자와 그런 딸을 위해 남자친구와 떨어지게 하려는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미야다니 단지의 도망자' 대학생때 만난 남자에게 반했지만 이상만 높고 현실적인 면을 생각지도 못하는 남자친구를 붙들고 놓지 못하는 여자의 심리를 담아낸 '세리바 대학의 꿈과 살인'과 마지막이며 아이를 낳아 본 엄마란 입장을 가져 본 경험이 있기에 많은 부분 공감했던 이야기인 '기미모토 가의 유괴' 귀하게 얻은 아이기에 누구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크지만 산후 우울증과 육아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자의 마음을 제대로 살려낸 작품이다.

단편 하나하나에는 여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제대로 담아냈다는 생각이 든다. 공감을 하면서도 그녀들이 만들어내는 우울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전염되어 책을 접고나서 한동안 멍하게 만들었다. 커다란 트릭이나 반전을 느끼기 보다는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여운이 긴 작품들이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은 '차가운 학교의 시간이 멈춘다'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 만난 책에서 워냑 강한 인상을 받아서 그녀의 작품을 찾아서 읽었을 정도다. 가장 나중에 읽은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의 책으로 즐겁게 읽었다. 저자의 다음 작품 역시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