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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로드 - 여행의 순간을 황홀하게 만드는 한 잔의 술
탁재형 지음 / 시공사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아는 술은 소주, 맥주, 막걸리, 와인, 보트카, 코냑, 위스키, 데킬라, 빼갈 정도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은 너무나 많다고 말이 있듯이 세상에 마실수 있는 술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책 '스피릿 로드' 저자는 EBS 프로그램 '세계 테마 기행', KBS 프로그램 '도전 지구 탐험대' 등에서 다큐멘터리 PD이자 오지 여행 PD인 탁재형씨다. 프로그램은 알고 있었지만 PD는 몰랐는데 그가 EBS 세계 테마 여행에서 종종 얼굴을 보여주었다고해서 꼼꼼히 생각해보니 그의 얼굴을 보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책을 읽으면 그가 얼마나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인지 느낄 수 있다. 직업상 촬영을 다녀도 꼭 그나라의 전통주를 마시며 그 맛에 매료된 이야기는 평소에 술 마실 일이 별로 없고 술이 강하지 않는 나지만 술 한잔 마시고 싶다는 욕구가 막 생기기도 했다.
술이야기뿐만아니라 다양한 에피소드는 스토리에 재미를 더해준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하지만 전통주가 아직도 제대로 대접받고 있다고 할 수가 없다. 그 전에 비해서 지금은 어느정도 술 제조를 할 수 있도록 변했지만 술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다는게 가장 큰 문제란걸 다시한번 알게 되었다.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술 이야기가 색다르고 재밌었지만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적어본다. 네팔 촬영에서 만난 여행안내자는 한국에서 힘들게 일한 경험이 도움이 된 남자로 다행히 부모님이 어릴적에 술(전통주)를 덜 마시게 해서 머리가 나빠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놀랐다. 강행중에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마신 술과 물로 인해 촬영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빠진 사연, 중국요리에는 싸구려 중국 술 빼갈을 시키는데 고가의 '바이지우'란 중국술이 얼마나 맛있는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지 알려주며 우리의 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 주기도 한다. 인공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독일 맥주는 맥아의 함량부터 우리나라와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우리의 맥주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싱거운 맥주란 평가를 받고 있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술인데도 처음 듣는 '죽력고'란 술에 대한 평가를 보면서 세계 시장에 내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술에 대한 이야기는 술을 통해서도 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음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다. 더불어 술과 함께 그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난 평소에 여행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테마를 이용한 여행 이야기는 항상 나를 설레게 된다. 성지순례나 박물관 탐험, 와인체험 등의 다양한 테마 중에서 술을 통한 세계 여행은 기존의 여행 테마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느낌을 준다. 아무래도 술 여행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일을 위해 촬영차 떠난 나라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며 그들의 문화와 에피소드가 담긴 생생한 이야기들이라 더 좋게 느껴졌다.
저절로 웃음을 짓게 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인데 가장 안타깝게 여겨졌던 이야기는 전통이지만 어린 소녀의 성인식이 청년회장과의 합방이라는 우리나라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우리가 가진 상식과 다른 그들만의 문화를 이해하고 어울리는 저자를 보면서 모든 것을 나의 잣대로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날 필요를 느끼기도 했다.
한번씩 해외여행을 떠난다면 그나라의 전통음식을 먹어보려고 노력하는데 이제는 전통주도 마셔 볼 생각이다. 문화를 접한다는 것이 한가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에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