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남쪽으로 튀어!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우리가 그리는 이상적인 부모는 어떤 모습일까? 솔직히 나만해도 내가 그리던 이상과 현실의 겝(gap)이 큰 부모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항상 자식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이런저런 이유나 성격으로 자식과의 제대로 소통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남쪽으로 튀어'는 이미 오쿠디 히데오의 작품을 만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짐작하는 바래도 상상을 초월하는 유쾌한 인물이 존재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거의 듣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는 화자인 초등학교 6학년의 지로의 아버지 우에하라씨다. 지로의 아버지를 보면서 자꾸만 공중그네 속 이라부 의사가 떠오른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지로의 아버지 우에하라씨도 포함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말했듯이 화자는 초등학교 6학년 지로다. 지로는 또래의 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다. 힘을 이용해서 자신보다 어린 학생들을 괴롭히는 인물에 대한 두려움과 맞서고 싶은 이중적인 심리나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이나 여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타인에 대한 배려나 친구들간의 우정을 소중히 생각하는 한마디로 말하면 괜찮은 학생이고 어린이다. 허나 지로가 조금 창피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다. 한번도 집 밖에서 일을 해보지 않은 아버지의 직업은 글쓰는 사람이다. 드디어 작가로서 이름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만 전혀 예상밖의 인물에게 아버지가 자꾸만 귀찮게하면서 지로의 고민이 하나 더 늘어간다.

모든 제도화된 것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대응하는 아버지는 지로나 여동생 모모코에게 대놓고 학교에 갈 필요가 굳이 있느냐는 식으로 말한다. 여기에 엉뚱한 인물에게서 들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지로에게 충격을 준다. 진실이 궁금한 지로는 우연한 기회에 엄마의 처녀적 성을 알게 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데....

우리 때와는 다르게 요즘 아이들이 자라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잘 담아낸 책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가족도 만났고 남들처럼 살고 싶은 어린 지로와 모모코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가며 우연히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서 지로 가족은 외지인 작은 섬을로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1권이 끝이 난다. 2권은 작은 섬에서 지로의 가족이 어떤 식으로 삶을 살아갈지 궁금하게 만든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오쿠다 히데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는 책이다.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 역시 마음에 쏙 든다. 남쪽으로 튀어는 영화로 얼마전에 개봉을 했다. 헌데 영화를 보기 전에 책부터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벌써 끝났다고 한다.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