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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1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참새집이 진 더벅머리를 벅벅 긁어대는 우리의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한다. 책표지에서부터 긴다이치 코스케의 최후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문구를 보면서 아~~ 긴다이치를 만날 수 없다니... 많이 아쉽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2권이지만 한 권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빠져서 보았다.
우리나라 역시 그렇지만 일본도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3대째 병원을 운영하며 지역에서 명문가로 꼽히는 호겐 가문의 마지막 의사인 데릴사위가 죽었다. 그의 죽음은 단순히 가장의 죽음을 넘어선 비극을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며 호겐 가문의 본가였지만 폐가가 되어버린 병원 고개 집이 주무대로 연이어 사건이 발생한다.
처음부터 긴다이치 코스케가 사건을 의뢰받으며 등장한다. 긴다이치를 알고 있는 도도로키 경부의 소개로 온 남자는 자신이 이상한 사진 촬영을 의뢰 받았다고 털어 놓는다. 끔찍한 죽음이 있었던 장소였던 병원 고개 집에서 결혼식을 하는 남녀의 모습을 담은 결혼기념 사진 촬영.... 사진 촬영을 의뢰했던 사람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된 남자는 결혼식을 올리는 남녀의 모습이 너무나 궁금하고 불안해 긴다이치를 찾아 온 것이다.
호겐 가문의 사람들은 얽히고 섥힌 관계도를 가지고 있다. 의사인 남편이 전쟁으로 인해 죽자 꼬장꼬장하고 대쪽같으며 아름다움과 지성을 겸비한 예순살의 아요이 여사가 호겐 가문을 이끌어 왔다. 그녀에게는 사랑스러운 손녀딸 유카리가 있지만 천성이 이기적이고 자신의 원하는대로 사는 고집불통 아가씨다. 그런 유카리의 모습까지도 사랑하는 시게루란 남자가 있다. 어느날 유카리가 실종되자 손녀딸의 실종을 긴다이치에게 의뢰했던 아요이 여사는 갑자기 의뢰를 철회하는데... 얼마 후 병원 고개 집에서 결혼식을 감행한 신랑의 목이 잘린채로 샹들리에에 매달려 죽은 사건이 발생한다. 죽은 남자는 재즈밴드 소속의 연주자다. 우연히 재즈밴드 공연을 보면서 뜻밖의 사실과 마주친 긴다이치는 이 모든 사건에는 호겐 가문과 결혼식이 깊은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급히 아요이 여사를 만나러 가지만.....
20년의 시간이 흐른 후 미국으로 떠났던 아요이 여사의 손녀딸 유카리와 그녀의 남편 시게루가 돌아오면서 호겐 가문의 저주받은 운명은 다시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이미 한 명이 자살하고 범인이 잡히지 않은 한 명이 목이 잘린 채로 죽은 병원 고개 집의 저주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너희는 저주를 받았다며 잘린 머리와 다시 재회할 것이란 섬뜩하고 무서운 이야기와 만나게 되는데....
예상을 뒤엎는 트릭이나 반전은 없지만 마지막에 서서히 들어나는 진실은 오히려 더 안타깝고 애잔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모든 사건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이기적인 욕심 때문이다. 떳떳하지 못한 일이기에 숨기고만 싶었던 진실과 이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고자 하는 마음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결국 한 가문을 비극으로 몰고가는 계기가 된다.
한 가문을 이어 받는 것은 결국 남자다. 호겐 가문도 데릴사위를 얻어 병원을 물러받게 한다. 이제는 남자아이보다는 여아를 선호할 정도로 남아선호사상이 많이 없어졌다고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아선호사상은 우리네 관습이였다. 사회전반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인 봉건주의가 만들어 낸 비극을 다룬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긴다이치 코스케의 최후의 사건답게 그의 활약을 아주 재밌게 읽었는데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하니 너무나 아쉽다. 긴다이치 코스케의 팬을 위해서 책 속에 나온 이야기들을 다룬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며 미국 어딘가에서 또 다른 사건을 맡아 해결하고 있을 그를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