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세상은 강한자에게 허용되는 것들은 너무나 많지만 정직하고 성실한 약자에게 허용되는 것은 너무나 작다. 강자가 약자를 짖밟는 것을 어느순간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일 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강자들을 위한 세상으로 변해있다. 내가 별 볼일 없는 소시민에 약자이기에 한번씩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내용을 담은 영화나 드라마, 책 등을 접하면 나도 모르게 희열을 느끼게 된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 역시 일본의 전통동화를 각색하여 강자를 이기는 약자들의 이야기라 책에 대한 문구만 읽고서도 어떤 내용일까? 기대감을 안고서 보게된 책이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약자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다. 마담, 호스티스, 호스트, 야쿠자, 휴학생 등 참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한 사람을 위해 뭉친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전혀 정치판에 끼기 힘든 인물을 당당히 정치판에서 뼈대가 굻은 베터랑 의원을 눌러 이기도록 나름의 방식으로 고분분투하는 인물들을 통해 그들 각자의 가슴에 담겨져 있는 웅어리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을 느낀다는 이야기.. 솔직히 재미를 기대하고 읽었던 것에 비해서 다소 약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살면서 이런 드라마틱한 일이 한번쯤 생겨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까지 해보게 한 책이다.

 

우연히 목격한 뺑소니 사고를 통해서 여러 인물들이 모이게 된다. 지겨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어리숙한 두 인물은 뺑소니 사고의 진범이 뒤바뀐 것을 알고서 다른 마음을 먹게 된다. 허나 다른 사람을 협박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두사람은 오히려 곤경에 빠지게 된다. 너무나 다양한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들이 순차적으로 풀어내는 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의도하지 않았던 하나의 목적이 세워지고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면서 그들 스스로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위험속에 놓여도 뒤돌아보지 않고 기꺼이 발을 들여 놓는다.

 

솔직히 나쁜 강자를 이기는 착한 약자의 이야기는 아니다. 착한 사람이 누구인지 책을 읽다보면 헷갈린다. 약자면 다 착한사람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등장인물들은 약자 아니 약자보다 한단계 아래의 인물들이란 느낌은 받는다. 그들이 가진 사연을 토대로 보면 착한 약자는 술집을 운영하는 마담이나 나이드신 할머니, 세계적인 첼로연주자의 형, 아이엄마 정도랄까.... 이 사람들도 어떤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서는 착한 약자가 아닐수도 있다.

 

책에서 내걸었던 거창한 말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인물을 이기려는 마음으로 뭉친 사람들이 자신안에 가지고 있던 마음 속 웅어리를 털어 낼 수 있는 힐링을 가져다 주는 이야기라는 말이 더 맞을거 같다. 나역시도 그런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높은 점수와 재미를 느꼈다. 저자 요시다 슈이치의 다음 책은 이보다는 좀 더 짜임새 있고 스토리도 박진감 넘쳤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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