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매화

광매화
미치오 슈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1월

누구나 마음속에 크고작은 비밀 한가지쯤 안고 살아간다. 비밀의 무게는 다 다르다. 다른 사람이 볼 때에는 별거 아닌 일을 비밀로 간직한 사람도 있고 정말 누군가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혼자서만 안고 살아가야 하는 비밀도 있다.

'광매화'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단편소설이다. 총 6개로 되어 있는 단편소설이지만 하나의 이야기속 등장인물은 다른 이야기의 인물과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연결 형식을 가지고 있기에 단편소설에서 크게 재미를 못 느끼는 나에게도 단편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들어난 진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행동은 다르다. 진실의 무게가 너무나 크기에 묻어두고 모른척 살아가고 싶은 사람도 있고 진실이 주는 충격에 온 마음을 빼앗겨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른체 순간적인 충동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평생을 가슴앓이를 하면서 살아가는 인물도 있다.

죽은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물러받아 도장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중년의 외로운 남자가 주인공인 '숨바꼭질'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면서 살아가는 남자의 일상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가 그린 그림속에서 30년 만에 한번씩 핀다는 조릿대꽃밭 속 남녀의 모습에서 아들은 잊고 지냈던 아니 잊고만 싶었던 살아 아버지의 생전의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왕따를 당하는 여동생을 끔찍이도 아끼는 오빠는 평소처럼 부모님 몰래 곤충채집을 하러 간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에는 벌레잡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을 받아 왕귀뚜래미를 잡기로 한다. 허나 왕귀뚜래미 잡기는 결국 남매에게 있어 커다란 짐을 지어주는 일로 발전하고만다.

자신에게 있어 첫사랑의 아련한 감정을 가지게 한 소녀의 추억을 떠올리는 '겨울나비', 부모에게 있어 자식은 어떤 존재인지... 부모가 자식을 앞에두고 끊임없이 벌이는 싸움에 자식의 마음은 멍들어가는 '봄나비'를 비롯해 앞에서 나온 4편의 단편들이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침울한 분위기의 이야기라면 '풍매화'는 가족의 화해를 담은 따뜻한 이야기로 현실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족에게 닥힌 불행한 일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은 나쁘다고 느끼면서도 사람이기에 그런 마음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이야기이며 가장 앞의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아득한 빛'은 낳았다고 부모가 아니라 키우고 정성을 들이는 부모의 모습을 생각해 보게 한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는 존재이지만 자신의 위치가 가지고 있는 불안한 감정과 자신의 일에 대한 확신이 점차 없어지는 인물이 한단계 성숙한 선택과 행동을 이끌어 내는 이야기라 좋았다.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에 상처받는 아이들의 모습은 안타깝고 아프게 다가왔다. 광매화, 한 마리의 나비가 절망 끝에 본 풍경이란 표현은 절망 끝에 발견하는 희망을 발견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받아들일수 있는 마음을 발견해 가는 이야기...저자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중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